혜리, 그 시절 모두가 사랑했던 소녀(인터뷰①)
- 명희숙 기자
(서울=뉴스1스타) 명희숙 기자 =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에서 예능 대세로, 이어 '대박소녀'가 된 혜리의 성장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연기 하나로 순식간에 뒤집은 소녀는 미숙하지만 타고난 승부사였다. 혜리의 도전은 과감했지만 과하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걸맞은 옷을 찾는 과정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민한 소녀 혜리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혜리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히로인이 됐다고 알려졌을 당시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았다. 3번째 '응답하라' 시리즈 성공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져 '아이돌' 혜리를 향한 신뢰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응팔'안에서 혜리는 그야말로 활어처럼 뛰놀았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쌍문동 여고생 덕선은 혜리 그 자체였고, 혜리를 보며 대중은 웃고 울었다.
"제가 '응팔'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죠. 정말 많은 사람의 이목을 받는 드라마고 이전 시리즈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했던 거죠. 사실 처음엔 그렇게까지 부담은 아니었어요. 내가 해야 할 것만 열심히 준비하자고 마음먹었죠. 근데 막상 작품이 끝나고 보니까 후련하면서도 시원했어요. 부담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은연중에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혜리는 앞서 몇 작품으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나가는 타이틀 롤로서는 '응팔'이 처음. 당연할 수 있었던 우려를 연기만으로 순식간에 뒤바꿨을 때 짜릿함은 없었을까.
"정말 기뻤죠. 연기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지 않고 계속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면 작품에 피해를 끼치는 거잖아요. 저 때문에 다른 에피소드가 안 보이게 되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혜리가 덕선이 되기까지는 제작진의 큰 신뢰가 있었다. 신원호 감독은 혜리에 대해 "덕선이 그 자체인 아이"라고 극찬하며 기대를 높였다. 혜리 역시 제작진에 기대에 응답했다.
"제가 갖는 믿음보다 신원호 감독님과 작가님이 제게 갖는 믿음이 더 컸어요.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죠. 너무 믿어주셔서 저도 제가 뭘 가지고 있나 생각해볼 만큼요.(웃음) 사실 저는 신원호 감독님 작품은 못 봤어요. 되게 서운해하시더라고요. 하하. 아무래도 극을 이끄는 입장이나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될까 봐 못 보겠더라고요."
혜리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보고 싶다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제가 될 거라는 생각도 없었고 엄두도 안 났다. 정말 편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다"며 제작진과 첫 미팅을 했던 때를 회상했다.
"오디션 때는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마치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게 있었죠. 그러다가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덕선이가 피켓걸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을 인터뷰하던 신이었는데 굉장히 재밌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편하고 솔직하게 연기했죠. 그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리딩때 오히려 그때 연기를 왜 안 보여주냐고 하셨을 정도였어요."
공부 잘하는 첫째 언니와 막내 남동생 사이에 치이는 둘째. 혜리가 보여주는 덕선은 가족 사이에서 큰 목소리 한 번 낸 적 없는 아이였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자책하는 소녀는 처연했지만 따뜻했다.
"저는 첫째거든요. 오히려 보라(류혜영 분) 언니 입장과 가깝죠. 그래서 덕선이와 많이 친해지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덕선이가 되어가는 가정에서 둘째의 서러움을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덕선이의 마음으로 연기하면서 많이 울었죠."
혜리는 "제 동생이 드라마를 보며 보라 캐릭터가 저와 똑같다고 하더라. 동생한테 하는 것도 그렇고 부모님한테도 마음을 잘 표현 못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응팔'은 초반 가족들의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혜리의 남편찾기 역시 빠질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남유'VS'어남택'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저는 류준열 오빠와 박보검 오빠 둘 다 무척 좋아해요. 두 사람을 보면 이래서 여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구나 하면서 마음을 이해하게 되죠. 제게 선택권이 있다면 두 사람은 반반씩 섞고 싶어요. 정환이는 까칠하지만 뒤에서 챙겨주는 면이 있죠. 하지만 너무 뒤에서 안 보이게 잘 해주잖아요. 택이는 다정하고 따뜻한데 다 챙겨줘야 하니까 그런 부분은 싫어요. 좋은 부분만 섞고 싶은 바람이 있죠."
'응팔'을 찍으면서 혜리는 소위 '대박'이 났다. 그의 광고 수입이 수십억대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전해지며 '대박 소녀' 혜리로 등극했다. 이에 혜리는 "수치가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일한 가치를 눈에 보이게 환산하신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돈 욕심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에요. 저에 대해 쓰는 걸 아까워하는 편이죠. 쇼핑도 잘 안 하고 옷을 사거나 가방 같은 걸 사는 것도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별한 취미 같은 것도 없어요. 다들 쉴 때 뭐하냐고 하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 해요. 오히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 같아요. 늘 바쁜 생활에 적응이 돼서 일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현재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혜리의 다음 행보에도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그는 "어떤 캐릭터를 꼭 해야겠다거나 하는 건 없다. 일단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굳이 주인공이 아니더라고 극에 중요하고 애정이 담긴 캐릭터라면 놓치고 싶지 않다"고 희망했다.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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