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그가 말하는 연애 말고 결혼(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오지호(40)는 결혼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러브신 강도에 따라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일부분 달라졌지만 삶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고백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커지기도 했고 일상에 안정이 찾아오면서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결혼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헤어지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웃었다.

영화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은 오지호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당시 시나리오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예상 외로 높았던 베드신에 출연 제안을 정중하게 고사했으나 시나리오 일부가 수정되면서 다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극 중 발기부전 산부인과 의사 왕성기 캐릭터는 그렇게 오지호와 운명적으로 만난 역할이었다.

왕성기는 쾌활하고 유쾌한, '쾌남'으로 통하는 오지호와 달리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콤플렉스가 내면에 단단하게 응축돼 있던 캐릭터였다. 오지호는 왕성기 캐릭터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상처에 공감하기도 했다. 코믹한 톤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면서도 진지한 연기로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려내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새 데뷔 18년 차에 접어든, 안정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 배우이지만 데뷔 초기 당시를 떠올리면 현재가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제대로 놀아봤던, 20대의 방황했던 시절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에게서 누구보다 단단한 뿌리가 느껴졌다. 짐짓 여유로워보이지만 연기에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 가득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배우 오지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재미있다는 평이 많았다.

A. 모두 재미있게 봐주셔서 몸둘 바를 잘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걱정이 사라지더라. 시사회 끝나고 욕은 먹지 않겠다 싶었다. (웃음) 난 내 작품들이 욕을 먹는 게 그렇게 싫다.

Q. 오지호가 출연한 작품 중에 욕을 먹은 작품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고 출연했던 영화들도 어느 정도 흥행하지 않았나.

A. 초기에 연기를 시작할 무렵 조금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드라마는 그나마 부담감이 덜한데 영화는 사실 조금 더 어렵다. 돈 주고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허무하게 느껴질까봐 걱정됐다. 메시지가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보니 너무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질까 우려되더라. 그래도 사람에겐 사랑과 연애, 결혼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Q. 그걸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잘 나타난 것 같나.

A. 사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시나리오로 보면 재미 있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현장에서 배우가 만들어내는 비중이 크다. 타이밍을 잘 맞추고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코믹 요소가 관객들을 웃기는 거다. '연애의 맛'도 소재가 독특한 데 반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처음에는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이후 수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틀을 갖추게 됐고 감독님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노력이 더해진 것 같다.

Q. 시나리오 수정 단계에서 베드신 수정도 있었다고 들었다.

A. 베드신이 수위가 높았었다. 강예원씨와의 베드신이 있었는데 이미 관계가 이뤄진 다음의 베드신이었다. 관계가 확실한 상태인데 굳이 베드신을 하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가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때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고사를 했던 점도 있었다. (웃음)

배우 오지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연애의 맛'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소감을 전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영화를 본 아내의 반응이 궁금한데.

A. 아내와 장모님, 장인어른도 다 보셨다. 보시고 나시더니 옷을 왜 이렇게 많이 벗냐고 하시더라. (웃음) 의외로 재미있다고도 하시고. 하하. 재미없었으면 뭐하러 이런 걸 했니라고 하셨을 거다.

Q. 결혼하고 난 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많이 바뀌었나.

A. 기준이 많이 바뀐 건 없는데 드라마에서는 공중파이다 보니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베드신은 좀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선택에 걸림돌이 되긴 한다. 가족이라는 게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니까. (웃음) 그런 것에 대해서는 꼭 얘기하기도 하고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작품이 너무 너무 좋은데 베드신이 있다면 설득할 거다. 하하. 그래도 아내가 완강하게 반대하면 못 하는 거고.

Q. 결혼 후 삶에 안정은 찾아오던가.

A. 연기든 삶이든 정말 안정적이다. (웃음) 과거엔 뭘 해도 '끝나면 놀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결혼하고 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놀 생각을 안 하고, 또 할 필요도 없으니까 훨씬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이기도 한데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

Q. 결혼하고 보니 '연애'란 어떤 맛이었던 것 같나.

A. 쓴맛? (웃음) 결혼 전의 연애란 다 쓴맛인 것 같다. 아무래도 이별의 여지가 남겨져 있으니까 그게 그렇게 쓰더라. 사실 나는 결혼이란 걸 평소에 생각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고 정말 잘 해주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 무심하고 까칠했던 내가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결혼할 여자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정말 잘해주게 됐다. 그때가 참 즐거웠다.

배우 오지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혼 후 달라진 점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그런 부분에서 이번 영화에 얼마나 공감했나.

A. 발기 부전 왕성기의 고충에 공감이 크게 갔다. 하하. 여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이게 남자들에게는 정말 말도 못할 고충인데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도 다가갈 수 없게 된다. 섹시한 여성이 와도 밀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왕성기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Q. 아쉬웠던 장면이 있었을까.

A. 길신설(강예원 분)이 집에 들어와 있었을 때 올 누드로 있는 장면이 있는데 중요 부분만 가리고 있었다. 그때 수건 말고 더 작은 물건으로 가릴 걸 그랬다. (웃음) 작은 쿠션으로 가렸으면 더 아슬아슬한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Q. 반면 생각보다 어려웠던 점은 있었나.

A. 맹인영(하주희 분)의 코스프레를 견디는 것? 하하.

Q. 하주희와의 호흡도 그렇지만 주연 강예원과도 그런 코믹한 호흡이 좋았다.

A. 강예원은 정말 밝은 친구다. 주관도 뚜렷하기도 하고. 그런데 타인의 이야기를 잘 흡수해주는 장점이 큰 친구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즉흥적인 현장 리듬이 중요했는데 그런 걸 잘 주고받을 수 있는 유연한 마인드를 가진 상대역이었다.

배우 오지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 아내와의 연애 당시를 떠올렸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촬영 자체를 즐거워 했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A. 사실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무거운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 분위기에 따라 아무래도 많은 영향을 맡아서 그런 것 같다. 드라마 '추노' 당시에는 평상시의 모습도 어두웠다. 연기 중에는 그런 톤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밝은 톤의 작품이 더 수월하다.

Q. 지난 1998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A. 벌써 17, 18년 정도 흘렀네. (웃음) 약간 끝을 보는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시작을 했으면 무조건 목표하는 데까지 가는 편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후배들에게도 힘들어도 지치지 말고 목표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Q. 연기를 해오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A. 아마 데뷔 초기 당시가 아닐까 싶다. 나를 잘 알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게 잘 안 될 때는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놀기도 많이 놀았고 술도 많이 마셔도 보고 나를 놔본 적도 있다. 2001년에 영화 '아이 러브 유'가 끝나고 2004년까지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서 마음을 잡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Q. 40대에 접어들었는데 향후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A. 어떤 배역이든 다 해보고 싶다. 40, 50세에 영화에서 조금 더 다양한 외면적 변화를 주고 싶고 여러 장르를 소화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20, 30대에는 주로 드라마에서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후에는 속으로만 꿈꿔왔던 느와르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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