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박해수 "'식사는 잡쉈어?', 유행어 될 줄 몰랐죠" [N인터뷰]②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극본 윤종빈 권성휘, 연출 윤종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이야기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끝까지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19일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오늘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 4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수리남'은 같은 날 한국을 포함한 방글라데시, 홍콩, 말레이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8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 박해수는 극에서 수년간 추적해온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해 마지막 강수를 띄운 국정원 미주지부 남미 팀장 최창호 역으로 분했다. 검거를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도 국제 무역상 구상만으로 신분을 위장해 활약한다. 미션을 위해 두 얼굴을 지닌 국정원 요원으로 변신한 박해수는 연기톤은 물론, 헤어 스타일, 의상 등 비주얼적으로도 극명하게 다른 두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여러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 박해수는 최근 미국 에미상에 참석한 것은 물론,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끊임 없이 연기에 욕심내고 계속해서 진화 중인 배우 박해수와 20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리남'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오픈하는 날 비행기 안이었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났을 때 현지 관계자 분들이 작품에 대해 물어보셔서 '한국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 많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식사 잘 잡쉈어'가 유행어처럼 화제가 될지 예상 못했다. 잘 쓰는 말인데, 감독님께서 편집을 하면서 이를 통해 캐릭터를 잘 살리려고 하셨던 듯하다.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시리즈물이라던데, 실제 인물도 만나봤나.
▶현지에서 우리의 안전을 보호해주기 위해 국정원 분들이 오셨는데, 실제로 최창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유명한 사건이라고 하더라. 다만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았다. 하정우 선배가 연기한 인물인 강인구의 실존 인물 K씨와 사모님도 현장에 오셨는데, 저분이라면 수리남에서 살아남았겠다 싶을 정도의 포스가 있으셨다. 피부톤도 검으시고, 강하게 생기셨더라.
-사실 최창호는 평면적인 캐릭터 아닌가. 그에게 어떤 서사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는지.
▶직접 만나 뵙진 못했지만 최창호도 실존인물이다. 그때 최창호에게는 가족이 없었던 것 같다. 국정원 미주 팀장으로 있으면서 전요환만 쫓았는데, (그 동력이) 국가에 대한 헌신인지, 사명감인지, 욕심인지 고민했다. 개인적으로는 집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너무 광범위해서 표현하기가 어렵겠더라. 민간인을 전쟁터에 밀어 넣으면서 단순히 헌신만으로 일했을 것 같지는 않고 집착이 있었다고 본다.
-구상만으로 분한 모습 역시 화제였다.
▶최창호와 구상만을 구분하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국정원 요원이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닐 테니 무역상에 가까운 정도의 양스러움, 장난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의상 콘셉트로도 회의를 많이 했다. 너무 과해도 의심받을 테니까. 구상만 옷을 입고 촬영장에 갔을 때는 해방감도 들더라.(미소) 대사는 구상만은 원래 톤대로 유지하되, 감독님과 논의해 최창호의 대사는 더 문어체적으로, 국정원스럽게 만들었다.
-주로 강인구와 통화를 하는 신이 많았다.
▶고민이자, 걱정이자, 숙제인 신이었다. 통화신을 3일 만에 다 찍었다. 너무 통화를 하니까 나중에는 귀가 너무 뜨겁고 아프더라. 브라질과 미국 통화 신을 두 번에 나눠서 찍었는데, 하정우 선배가 어느 정도의 톤으로 할지 모르니까 긴장이 되더라. 냉정하게, 감정적으로 등 여러 방향으로 찍었다. 나만 동 떨어지면 어쩌나 고민이 됐고, 감독님께도 내가 잘 묻었나 물어봤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주시더라.
-강인구라는 민간인을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은 것은 결국 최창호의 선택이었다.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그만큼 절실했다는 게 시작점이었다. 실제로 강인구의 컨테이너에 코카인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그걸 신고해서 잡히게 만들고, 감옥에 가게 만든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민간인을 총 없이 전쟁터에 내보낸 거다. 실존 인물인 국정원 분도 민간인을 투입할 때 심리적인 갈등이 많았을 거다. 그만큼 집요하고 간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연기에 묻어나도록 노력했다. 사실 최창호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위험하면 미국 대사관으로 가라'다. 나도 답답했지만, 실제로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 사이사이 강인구와 최창호의 신뢰가 깨졌다가 붙었다가 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윤종빈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이 현장에서 디렉션을 많이 주실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많이 안 주시고 재촬영을 할 때도 '해수야 이건 이렇게 해볼까'라고 하시더라. '군도'나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얼마나 치열했을까 했는데, 부드럽게 진행돼서 놀랐다. 현장에서도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밥 먹고, 한 잔 하고, 또 촬영장에 가고 그랬다. 감독님이 유머가 워낙 많으셔서 그 시간들이 편했다. 감독님이 배우들의 상태를 잘 케어해주시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해주신다. 특급 대우를 받았다.
-하정우, 황정민과 연기 호흡도 궁금하다.
▶하정우 선배는 원래 엄청난 팬이었다. 장난기 많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옆에서 당하다 보니…엉덩이를 막 꼬집고.(웃음) 진지하게 웃긴 유머를 하셔서 내가 받아쳤다. 황정민 선배는 남의 대사까지 녹음을 해서 귀에 꽂고 현장에서 계속 연습하고 필사를 하신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성장하는 선배라 대단하시다 싶었다. 카리스마와 에너지, 말할 수 없는 파워가 있다. 전요환과 실제 대면하는 신이 선배와 처음 같이 촬영한 장면인데 솔직히 너무 무섭고 손이 떨리더라. 눈빛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같이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가 밀리면 안 되지 않나. 부담감은 없었나.
▶연기에 대해서는 나름 내가 가진 에너지를 사랑하고 작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황정민, 하정우, 조우진, 유연석 등 모두가 가진 에너지들이 잘 어우러질까 걱정이었다. 에너지에서 밀리고 이런 건 배우로서 두렵진 않았다. 다만 그런 에너지가 잘 표현돼 최창호가 가진 스토리가 잘 보일까는 부담됐다. 또 황정민 선배와 하정우 선배는 남의 에너지를 잡아먹는 배우들이 아니다. 그 에너지를 무너뜨리지 않고 공유해서 좋았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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