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명시절, 자랑스러운 시간"…김균하 '소년심판'으로 배운 것 [N인터뷰]②

'소년심판' 소년범 백도현役 열연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소년심판’ 배우 김균하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죄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청소년 문제와 이를 다루는 사법체계의 현실을 그렸다. 그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백도현 에피소드는, 조직화 된 소년범죄의 현실은 물론 어른들과 사회가 놓친 교육의 기회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균하가 백도현을 연기했다. '오 나의 귀신님' '식샤를 합시다' '날아라 개천용'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올려 20대의 마지막에 만난 '소년심판'에서 섬뜩한 소년범 백도현을 표현했다. 광기 어린 눈빛과 비열한 미소, 순도 높은 악을 그리며 '소년심판'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균하를 만났다. "첫 인터뷰여서 너무 긴장된다"며 수없이 말을 고르는 모습은 '소년심판' 속 여유만만한 인물과는 달랐다. 김균하는 '소년심판'을 통해 치열한 20대에서 배운 것, 그리고 앞으로 더 보여주어야 할 것에 대해 더욱 깊게 느꼈다고 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소년범 백도현은 심은석과 육탄전을 벌인다. 김혜수와 주고 받는 액션 연기는 어땠나.

▷감독님이 아예 어떤 그림인지 찍어서 보여주셨고 매컷마다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걸 따라서 했다. 김혜수 선배님과는 되게 많이 마주쳤는데 정말, 기억이 없다. (웃음) 너무 긴장한 거다. 인사를 드리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어떤 대화인지 기억이 날아간 것 같다. 덜덜덜 떨었다. 감정신이 많아서 힘드셨을텐데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꼭, 꼭, 김혜수 선배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 다음에는 안 떨고 모든 대화를 다 기억하고 싶다.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자란 세대다. TV에서 뵙던 선배를 현실에서 만나니까 애니메이션 같이 느껴졌다. 나는 사람은 저마다 가진 깊이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수 선배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소년심판’ 배우 김균하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소년심판’ 배우 김균하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특히 작품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현장에서도 감동적이었는데 시청자로서 작품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선배님 등 판사 네 분의 선배들이 어떻게 저렇게 (판사의) 각각 다른 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봤다. 또 다른 에피소드의 소년범 인물이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감탄했다. 시청자로서 완전 빠져들어서 봤고 ,배우로서는 많이 긴장이 됐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많구나 싶었다.

-무명시절이 길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모든 배우들이 다 겪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힘든 것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를 더 잘 하고 싶어서 연기에 더 집착을 했다. 이론, 기술, 현장을 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하고 현장에 가면 정말 다른 세계더라. 카메라가 뭔지, 조명이 어떤 건지 알고 연기하는 건 달랐다. 무명시절 동안 연기에 대해 생각한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나 깊이, 지식을 쌓기 어렵지 않았을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소년심판’ 배우 김균하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생활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무명이 길다 보니 나를 잘 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소년심판'을 연기하면서 생각이 바뀐 게, 이 작품을 통해 소년법, 소년범죄 현실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는 반응이 있지 않나. 의미가 있는 작품에 참여를 했다는 게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이었다. 배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나 바람이 있다면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하는데 특히 SF 장르를 좋아한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배경인데 고독하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 매력적이다. '소년심판'에서 만난 김혜수, 김무열, 이정은 선배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웃음) 마주쳐서 분장하시는 거라도 뵐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한 게 한이 된다. 그리고 소년범 배우들도 다시 만나보고 싶다. 또 착한 역할, 사랑스러운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롤모델이었던 호아킨 피닉스나 루니 마라와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웃음)

-서른이 됐는데 어떤 30대이고 싶나.

▷20대에는 인지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30대에도 물론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또 '소년심판'처럼 의미있는 작품에 많이 참여해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배우로서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소년심판’ 배우 김균하 인터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목표나 꿈이 있다면.

▷예술학교나 좋은 학교들을 많이 짓고 싶다. 내가 학창시절에 미래에는 뭘 하고 있을지 적은 노트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맞혔다. 매년 노트 첫장에 '나는 된다'라고 적고 아침마다 거울 보고 '나는 된다' 주문을 외웠다. '소년심판'을 하면서 서른살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연기를) 많이 아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배운 것을 체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올해는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배우가 되어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고, 첫 인터뷰인데 하고 싶었던 말이 있나.

▷연기를 못한다며 스스로 괴롭힌 시간이 길었는데 돌아보면 그 시간이 자랑스럽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된다!' 생각하며 현재진행형으로 늘 발전하는 배우가 되겠다. 항상 살아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