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빚 갚기보다 미래 투자"…미래대응기금 두고 전문가들 "설계 보완"
기획처 "2~3년 특수로 끝내지 말고 영원히 이어가야"…'투자가 답'
학계 "기금은 양날의 검"…기존사업 이관·재원 산정·국회통제 우려
- 이강 기자, 한민아 수습기자
(서울·세종=뉴스1) 이강 기자 한민아 수습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국가채무 상환보다 미래 성장동력에 우선 투자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과감히 부채를 갚는 것보다는 미래에 투자하자고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수에 대해서도 "2~3년 생기는 보너스를 받고 말 게 아니라 영원히 받아야 한다"며 "영원히 받으려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 9000억 원이다.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은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한다. 이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일반회계 사업의 기금 이관, 재원 산정 방식, 정부의 운용 재량과 국회 통제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의 추진·운영 방향, 분야별 투자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김세직 KDI 원장,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을 비롯해 정부·학계·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향우 기획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기업의 특별성과급에 빗대 미래대응기금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정 심의관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 보너스를 많이 받은 것이 아니라 국가도 사실 성과급, 보너스를 크게 받았다"며 "그게 지금 미래대응기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에서도 특별성과급이나 보너스를 받으면 차를 바꿀까, 대출금을 좀 갚아볼까 고민한다"며 "고민했지만 과감히 부채를 갚는 것보다는 미래에 투자하자고 의사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은 '전략적인 투자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재정 여력이 없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정 안정화 장치라는 설명이다.
또 세수 증가분을 모두 지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심의관은 "빚을 한 푼도 안 갚으면 또 그렇지 않느냐"며 "일부는 빚도 갚아 당초 국채 발행 계획보다 12조 5000억 원을 축소 발행하는 모습으로 건전성 부분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2027년 예산안은 네 가지 측면에서 역대급"이라며 총지출 규모와 신규사업, 재정운용 혁신, 지출구조조정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조 차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26년 51.6%에서 3.3%포인트(p) 낮아진 48.3%"라며 "경제성장 견인과 재정건전성 제고,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세부 설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재정학적으로 봤을 때 기금은 양날의 검"이라며 "재정이 분절돼 사용될 수 있고 유휴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으며 변경의 재량을 남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산정 방식도 쟁점으로 꼽았다. 이 부장은 초과세수와 세수 부족은 세입예산과 실제 세수 간 예측 오차 성격이 강한 만큼 이를 기계적으로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초과세수와 세수 부족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부분은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산을 기준으로 경기 변동이나 일회성 요인, 세법 변화 등을 제거한 구조적인 세입 증가분을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보다 객관적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기존 일반회계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옮겨 담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기간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기금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사업은 일반회계와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금에 쌓이는 100조 원대 여유자금의 운용 방식도 논쟁이 됐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국채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기금 여유자금을 시장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기금 운용 재량을 견제할 국회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기금운용계획 변경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이 커질 경우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석 부장도 기금의 중대한 목적 변경이나 계정 간 자금 이전에는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부채와 금융자산, 운용 비용, 다년도 성과 등을 통합 공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획처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전문가 의견을 검토해 국회 심의 과정에 반영하고, 국회에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thisriv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