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미래대응기금만으로 성장·재정건전성 개선 안 돼…운용규칙 중요"

추가세수 일회성 지출 대신 미래자산 전환…"적립·인출 기준 객관화해야"
정부, 162.3조 기금 적립…45.4조 투자·12.5조 국채발행 축소·104.4조 여유자금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KDI가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를 고동 주최했다.ⓒ 뉴스1 한민아 기자

(서울·세종=뉴스1) 이강 기자 한민아 수습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가 신설을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기금을 만든다고 해서 잠재성장률이 저절로 좋아지거나 나라 살림이 저절로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명확한 적립·인출 규칙과 독립적인 사업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대규모 추가세수를 일회성 지출이 아닌 미래 자산으로 전환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금 운용 과정에서 재원 검증과 국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KDI는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의 추진·운영 방향, 분야별 투자 방안 등이 논의됐다.

현장에는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김세직 KDI 원장,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을 비롯해 정부·학계·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이례적인 세수 증가분을 일회성 지출로 전액 소진하기보다는, 추세 상회 여부와 일시성이 확인된 추가세수를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전환하고, 객관적인 적립·인출·평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금 설치 자체보다 운용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기금의 성과가 △독립적인 재원 검증 △명확한 적립·인출 규칙 △합리적인 사업 평가 체계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뒤 성장 투자와 재정 안정화, 국가채무 관리에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원 마련 과정에서는 추가세수 산정 방식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기금 출연을 위한 차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목별 세수 시나리오와 민감도도 공개해 불확실한 재원이 고정 지출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운용에서도 안정화·투자·채무관리 기능별로 운용 규칙을 분리하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개 사업 계정에는 공통적인 사업 심사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금의 중대한 목적 변경이나 계정 간 자금 이전에는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내년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 사업에 쓰고, 12조 5000억 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나머지 104조 4000억 원가량은 향후 세수 결손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쌓는다.

기획예산처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세수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완화할 재정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처는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곧바로 지출로 연결하면 경기 과열을 부추기고, 반대로 불황기에 세수가 감소하면 긴축이 불가피해 경기 변동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2027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기획처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전문가 의견을 검토해 국회 심의 과정에 반영하고, 국회에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연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