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6개월…'진짜 사장' 찾기부터 N% 성과급까지 갈등 확산

하청노조 1218곳, 원청 456곳에 교섭 요구…실제 교섭은 102곳에 그쳐
'N% 성과급'이 불러온 쟁의범위 논란…노동부 시행지침에도 갈등 여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된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다 돼 가지만 산업 현장의 혼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면서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을 계기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됐다. 법 시행으로 넓어진 노동자의 교섭권과 쟁의권이 실제 현장에서 어디까지 인정될지를 둘러싼 경계선 싸움이 본격화한 셈이다.

당초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누가 사용자냐'를 넘어 '무엇을 교섭하고 어디까지 쟁의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동위 판단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한편, 노동부가 최근 N% 성과급과 공장 신설 등 경영 관련 사항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구체화한 시행지침까지 내놓으면서 개정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진짜 사장 누구냐"…원청 사용자성 놓고 곳곳서 충돌

11일 노동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원청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하청노조는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원청이 자신을 교섭 상대방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김소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노란봉투법 관련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456곳으로 집계됐다. 하청노조 1218곳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으며, 해당 노조의 조합원 수는 17만 9511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149곳, 전체의 32.7%에 그쳤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실제 노사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으로 전체 원청 사업장의 22.4%에 불과했다. 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도 원청 사업장 4곳 중 1곳도 실제 교섭 테이블에 앉지 못한 셈이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 요구 사실 자체를 공고하지 않거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갈등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하거나, 중노위 판단을 다시 법원에서 다투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교섭의 사법화'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사내 급식과 출퇴근 버스 운행,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도급업체 웰리브 소속 노동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도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법 개정으로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확대하면서 노동계의 활동 공간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어느 원청까지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다툼이 법 시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DX 부문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6.8.21 ⓒ 뉴스1 구윤성 기자
"영업익의 몇 % 달라"…N% 성과급도 쟁의 대상?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N% 성과급' 문제로까지 번졌다.

기존 노동쟁의의 대상은 임금과 근로 시간, 복지, 해고 등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등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하면서 교섭·쟁의의 범위를 넓혔다.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기업의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이 조항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 등 기업의 경영 성과에 연동해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N%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이를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라는 요구가 교섭이나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노동계는 성과급이 노동자의 임금·보상과 직결되는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는 경영 판단의 영역이자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에 속한다며 이를 쟁의 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맞섰다.

논란이 이어지자 노동부는 최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지침에 따르면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의 경영 성과에 연동해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나 노동쟁의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기업의 이익 자체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취지다.

사업 경영상 결정의 범위도 구체화했다. 반도체 공장 신설·이전이나 사업의 매각·인수, AI·자동화 설비 도입 등 경영 자체에 관한 결정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경영 결정으로 해고·구조조정·전보·고용승계·직무나 근로 시간 변경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정부가 'N% 성과급'과 경영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의 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경영 결정에 따른 인력운영계획이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돼야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근로조건 변동'으로 인정되는지를 두고 노사 간 해석 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행지침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적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개별 사건을 둘러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쌓이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3년 쌍용자동차 노조원 등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 이후 시민사회에서 노조원들에게 배상금에 보태 쓰라는 의미로 '노란봉투'를 보내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 법안 명칭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법 시행 6개월을 맞은 현재 현장에서 부딪히는 핵심 쟁점은 당초 예상했던 손해배상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누가 진짜 사용자냐'에서 시작해 '어디까지가 교섭·쟁의 대상이냐'로 논란의 범위가 확대하는 모습이다.

노동자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했다는 평가와 함께,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차이도 커지고 있다. 결국 시행 초기인 현재는 '진짜 사용자' 판단과 성과급을 비롯한 경영 의사결정의 교섭·쟁의 대상 여부를 놓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통한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현장의 혼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