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0달러 넘은 국제유가…물가 압력에 추석 기름값도 '불안'
미·이란 충돌 격화에 WTI·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공급 차질 우려
국내 석유류 가격에 시차 반영…최고가격제·유류세 연장 여부 주목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원유 수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공급 차질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에도 다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류 가격을 시작으로 운송비와 생산비 등을 거쳐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확산할 수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과 유류세 인하 조치 운용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1일 국제 원유시장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두바이유는 모두 배럴당 1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배럴당 107.6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전장보다 6.3% 급등했다. WTI도 6.7%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에도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8시 기준 WTI는 배럴당 103.7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된 데 따른 결과다. 양측이 유조선 등에 대한 공격을 주고받는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쟁 전 세계 원유·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지났던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도 크게 줄었다. 홍해를 통한 대체 수송로까지 위협받으면서 공급 불안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확전 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충돌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95~12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훼손될 경우에는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시장 혼란은 전쟁 초기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당시와 달리 국제적으로 비축유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돼 있어 상황이 장기화하면 시장이 공급 차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다시 원유 수입을 늘리면 그동안 중국의 수요 감소가 유가 상승을 억제했던 효과도 사라진다"며 "충돌이 다시 심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150달러 이상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제품 수급 자체가 과거보다 빠듯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하면 우회 과정에서 운송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안국헌 한국석유협회 지속가능경영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처럼 완전히 막힌 상황은 아니더라도 병목 현상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송 거리가 늘어나면 수송비가 증가하고, 한 달가량 더 원유가 해상에 머무르게 되면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도입 비용뿐 아니라 현금 흐름에도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유와 등유 가격 상승 폭이 원유보다 더 큰 상황으로, 향후 여러 경제주체와 각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다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2.0%에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3월 2.2%, 4월 2.6%, 5월 3.1%, 6월 3.2%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이후 7월 2.8%로 낮아졌다가 8월에는 다시 3.1%를 기록했다.
전쟁 여파에 급등한 국제유가가 석유류와 공업제품 가격으로 전이되면서 물가의 상방압력을 키운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다시 찾아온 유가 상승 국면이 물가를 밀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곽법준 한은 경기동향팀장은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환율이 많이 하락하면서 수입물가에는 하방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에는 유가 상승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유가의 누적된 충격이 전이되는 부분도 있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먼저 수입물가와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 뒤 운송비와 생산비 등을 거쳐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된다. 이 때문에 이번 유가 급등이 당장 추석 소비자물가 전반을 끌어올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물가 경로의 상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보다 직접적인 문제는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7차 최고가격을 리터(L)당 150원씩 내린 뒤 7~9차 가격을 연이어 동결했다. 현재 최고가격은 정유사 공급가 기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오는 18일까지 적용된다.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선 만큼 정부가 다음 최고가격을 동결할지, 인상할지를 두고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고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부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가격을 높이면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도 변수다. 정부는 현재 휘발유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25%의 유류세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세 부담 감소 폭은 L당 휘발유 122원, 경유 145원, 부탄 51원이다. 현행 조치는 오는 9월 30일 종료된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만으로 기존 물가 경로가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유가가 갑자기 올라 단기간에 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나리오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말씀드리기는 너무 이르다"며 "중동 관련 리스크가 이틀 전부터 갑자기 불거진 만큼 시나리오가 달라졌다고 말하기에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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