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시정명령 완화요청 기각…조사방해로 고발 의견도
청주-제주·전체노선 공급좌석 완화요청 모두 기각의견
현장조사 중 자료 삭제한 대한항공엔 조사방해로 고발의견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정명령의 완화를 요구한 대한항공 등 5개 항공사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들이 조사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한항공에는 별도로 고발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운송사업자(피심인들)와 관련된 시정명령 변경요청 2건,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행위 1건 등 총 3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이날 피심인들에게도 송부됐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5월 9일 처분과 2024년 12월 24일 변경처분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취득이 국내외 40개 노선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중 34개 노선에는 대체 항공사가 신청할 경우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가, 40개 노선 전체에는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 이상의 운임 인상 금지, 공급 좌석 수 90% 미만 축소 금지, 기내 서비스 등의 불리한 변경 금지 등 행태적 조치가 부과됐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외부적 요인 등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면 피심인들이 시정명령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함께 마련됐다.
피심인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두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 완화를 요청했다. 먼저 시정명령 대상 노선 중 청주-제주, 제주-청주 노선에 대해 당해연도 공급 좌석 수가 2019년의 70% 이상이면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급등과 항공여객 수요 위축을 이유로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2026년도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요청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변경 사유가 되는 사정변경이 위원회가 시정명령을 최종 확정한 변경처분 의결일인 2024년 12월 24일 이후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그 이후 노선 운항이 곤란해질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동전쟁 관련 요청에 대해서는 발권 내역을 바탕으로 각 노선별 2026년 전체 항공여객 수요를 추정했다. 그 결과 중동전쟁 발발과 유가·환율 상승에도 전 노선에서 전반적인 수요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시정명령을 변경할 만큼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혐의도 심의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지난 2월 2일부터 6일까지 시정명령 변경요청 건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 3명이 2월 2일부터 4일까지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전자메일을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심사관은 이 행위가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7호의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조사 시 자료의 은닉·폐기, 접근 거부 또는 위조·변조 등으로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관은 대한항공과 소속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번에 제출된 심사보고서가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의견을 담은 것으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피심인들의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의견 진술 기회 제공 등의 절차를 거쳐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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