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격 산정 오류로 한전 5억 이자 부담…전력거래소 책임은 4년째 '공백'

SMP 1872차례 잘못 산정…전력거래소 준공검사서 오류 못 잡아
해당업체 올해까지 추가계약…박수민 "업무유기·특수관계 의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 뉴스1 DB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 가격 산정 프로그램 오류로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약 5억 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지만, 사고 발생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정정산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의 부담 주체와 배상 기준을 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오류가 발생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에 손해배상이나 입찰 제한 등 별도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오류 발생 이후 전력거래소는 해당 업체와 23억 원이 넘는 용역·시스템 개발 계약을 추가로 체결한 것으로 나타나 전력거래소가 사후 대응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스1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전력시장운영규칙에는 수정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지급하거나 환수하는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2022년 이후 손해배상이나 이자 비용 배상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규칙개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거나 논의된 적도 없었다. 전력거래소는 "관련 안건이 제안된 바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문제가 된 것은 발전계획입출력프로그램(RSCT)이다. 발전사업자의 입찰정보 등을 발전계획프로그램에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시간대별 계통한계가격(SMP)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2021년 7월 A사와 5억 1150만 원 규모의 RSCT 개선 용역계약을 맺었다. 2022년 9월부터 시행될 새로운 SMP 산정기준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는 개정된 기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발전량이 최소발전용량 이상인 안정운영단계에서만 계산해야 할 무부하가격을 기동·정지단계에서도 계산하도록 설계됐다. 전력거래소도 준공검사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2022년 5월31일 그대로 준공 처리했다.

오류는 새 기준이 시행된 2022년 9월1일부터 11월17일까지 78일간 이어졌다. 하루 24차례씩 모두 1872회의 SMP가 잘못 산정됐다. 감사원은 78일간 SMP 가중평균이 당초 244.57원/㎾h에서 242.89원/㎾h로 1.68원/㎾h 낮아져야 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정산이 끝난 61일 동안 한전이 발전사업자에 과다 지급한 전력량정산금은 감사 당시 약 619억원으로 추산됐다. 감사원은 한전의 2022년 10~11월 평균 사채발행금리 등을 적용해 한전이 이 과정에서 약 5억1000만 원의 이자 비용을 불필요하게 부담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국회 제출자료에서 전력거래소는 한전과 직접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한 사업자를 제외한 최종 재정산액을 572억원으로 확정했다. 4717개 발전사업자에 대한 재정산은 2022년 12월23일 마무리됐으며 정산 미완료나 관련 소송·법적 다툼은 남아 있지 않다. 감사원의 619억 원과 이번 572억 원은 포함 대상이 달라 두 수치의 차이를 미회수액으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금융비용의 부담 주체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 개설 이후 전력구매자와 발전사업자 간 수정정산에 따른 이자 비용은 상호 수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추산한 한전의 이자 비용에 대해서도 별도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계약 해지,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자격 제한도 없었다. 전력거래소는 이자 비용 지급·환수 규정이 없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내역이 없고, 프로그램 기능 오류는 부정당업자 입찰 참가 제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나주 소재 전력거래소를 방문해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2 ⓒ 뉴스1

해당 업체와의 계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한 2022년 9월1일 이후 전력거래소가 A사와 체결한 용역·시스템 개발 계약은 8건, 총 23억5540만원이다. 제주 실시간 가격결정시스템 구축 용역 14억8408만원을 비롯해 RSCT 유지관리와 통합UC 모의기능 개발, 전력시장 제도개편·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을 위한 RSCT 개선 등이 포함됐다.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뒤에도 계약은 계속됐다. 2025년 4월과 5월, 올해 1월까지 3건, 총 3억 5590만 원 규모의 계약이 추가로 체결됐다. 감사보고서 공개일인 2025년 2월6일에도 별도로 5005만 원 규모의 RSCT 개선사업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후 프로그램 검증절차 자체는 일부 강화됐다. 전력거래소는 2023년 8월 소프트웨어 개발사업 매뉴얼을 고쳐 요구사항 추적표를 관리하고, 총괄 테스트 시나리오에 따라 준공검사를 하도록 했다. 다른 부서 직원의 준공검사 참관도 의무화했으며 이후 RSCT 개선 사업 등에 이 절차를 적용했다.

최근 5년간 SMP 오류로 수정정산이 발생한 사례는 이번 건을 포함해 2건이었다.

2024년 8월에도 시운전 일정 반영 오류가 3일간 발생해 21만 원을 재정산했으나, 전력거래소는 이 건은 용역 검증 소홀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검증 절차는 보강됐지만 오류로 금융비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과 배상 범위를 정하는 제도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박 의원은 "한전에 불필요한 이자 비용까지 부담시켰던 법적 공백이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력거래소의 명백한 업무 유기"라며 "재발 방지는커녕 오류를 낸 업체와 추가계약까지 이어졌다니 특수관계 인지까지도 의심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