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대미투자 1호 텍사스 발전소…'상업적 합리성' 검증대 오른다
국회 상업성 검증 거쳐 18일 한미 최종 서명 전망…대미투자 첫 단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수요는 호재…33% 뛴 사업비·위험 배분이 관건"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간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223억 달러(약 30조 원)가 투입되는 대형 발전사업의 수익성 검증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초 168억 달러였던 사업비가 미국 측의 증액 요구로 55억 달러 늘어난 만큼, 정부가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을 실제 투자·운영 계약에 어떻게 담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텍사스에 총 6.3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먼저 개발한 뒤 4.9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 설비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투자 방식이어서, 초기 사업성을 확인하며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사업비가 당초보다 33%가량 늘어난 데다 발전소 운영 기간이 최대 40년에 이르는 만큼, 텍사스의 전력수요 증가만으로 사업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앞서 제시한 '2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30bp(1bp=0.01%포인트)' 수익률 기준이 공사비와 전력·가스 가격, 가동률, 금융비용 등 장기간의 사업 위험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특히 한미 간 사업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투자·운영 계약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전력 판매가격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조건, 추가 공사비와 발전량 변동 위험을 어떻게 배분했는지가 실제 상업성을 가를 전망이다. 이번 사업의 계약조건은 향후 원전·LNG 등 후속 대미 투자에서 수익과 위험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7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대미 투자 1호로 선정된 엔시날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국내 행정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업의 실무 집행을 맡은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약정된 투자금 집행을 위한 자금 조달과 출자 준비 절차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에서도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업관리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밟았다.
이제 남은 주요 절차는 국회 보고와 한미 간 최종 서명이다. 정부는 국회 보고를 거쳐 오는 18일쯤 양국 간 최종 합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엔시날 프로젝트의 상업성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측 요구로 사업비가 당초 책정했던 168억 달러에서 223억 달러로 55억 달러(약 33%) 늘어난 만큼 투자 수익성과 위험관리 방안, 정부가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이 실제 계약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놓고 집중적인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 6.3GW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우선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1단계로 개발한 뒤 효율성이 높은 복합화력발전 4.9GW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초기 설비를 먼저 가동해 실제 전력수요와 사업성을 확인한 뒤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구조로, 대규모 선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미국 에너지기업 루이스 에너지 그룹이 사업주로 참여한다.
발전업계에서는 텍사스라는 입지 자체가 발전사업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도 천연가스 생산량이 많은 지역으로, 대표적인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헨리허브와 가까워 연료 조달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텍사스 지역은 연료 도입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라며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들어서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발전사업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텍사스 전력시장인 ERCOT의 특성이 사업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RCOT은 텍사스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력계통으로, 다른 지역 전력시장과 달리 텍사스 내에서 전력수급이 이뤄지는 구조다.
AI 데이터센터 등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경우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시장 여건이 곧바로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익성은 전력 판매가격과 가스가격, 발전소 이용률, 금융비용, 세제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투자 가이드라인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2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30bp(0.3%포인트)'를 최저 이율, 즉 목표 수익률의 기준으로 설정해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일정 수준의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에너지·금융업계에서는 223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실물 인프라 사업에 30bp의 추가 수익률만으로 충분한 위험 보상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채와 달리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건설 과정에서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전력계통 접속 차질 등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발전소가 가동된 이후에도 전력 가격과 가스가격, 발전소 가동률 등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 4~5% 안팎의 미 국채 금리에 0.3%p를 더한 수준의 수익률이 이 같은 실물사업의 위험 프리미엄을 충분히 반영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투자수익을 판단하는 기준은 20년인 반면 발전소의 실제 사업 운영 기간은 최대 40년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초기 20년 동안 국채 금리+30bp 수준의 수익을 확보해 원금과 최소 수익을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2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사업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 후반부에는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전력시장 제도 변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 가스발전소의 운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 혼소 등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해질 경우 비용 부담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만기 미 국채 금리+30bp'라는 수익률 기준만으로 40년 장기 발전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반부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 추가 투자와 규제 변화에 따른 손실 위험을 어떻게 계약상 배분했는지가 실제 상업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결국 엔시날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것은 텍사스의 시장 여건 자체보다는 구체적인 투자·운영 계약조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사업비가 이미 크게 증가한 만큼 향후 추가적인 공사비 상승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도 중요하다. 부지 정지와 기초공사, 물류비, 송전선로 건설, 가스 공급시설 등 발전소 본체 외부 인프라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텍사스 특유의 기후·자연재해 위험과 사업 인허가, 전력계통 접속 문제 등도 사업 일정과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 판매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핵심이다. AI 데이터센터 등 안정적인 수요처와 장기 PPA를 체결할 수 있다면 수익 변동성을 줄일 수 있지만, 계약가격이 낮거나 수요처의 사업 여건이 악화할 경우 예상했던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정부가 강조한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사업성이 높은 지역을 선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업비가 추가로 늘어날 경우 손실을 누가 부담하는지, 전력 판매가격을 어떤 수준에서 보장받는지, 예상보다 가동률이 낮아졌을 때 위험을 어떻게 나눌지 등 계약상 위험 배분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미 투자 1호 사업인 만큼 엔시날 프로젝트의 계약조건은 향후 원전·LNG·인프라 등 후속 대미 투자 사업에서 한국 측이 수익과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를 가늠하는 선례가 되는 만큼 세부 협의 내용이 중요하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은 어떤 지역에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결국 계약조건과 실행이 더 중요하다"며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고 공사비 상승 등을 최소화하면서 계획한 수익을 실제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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