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에도 서울 집값 상승 기대 안 꺾여…지방과 격차 역대 최대

서울 집값전망 두달째 2018년 이후 최고…6대 광역시와 격차 14p
강남·서초 내리고 외곽은 신고가…주담대 7%대 금리는 수요 변수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를 유지하기로 한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 2026.9.1 ⓒ 뉴스1 이종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정부가 대규모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놨지만 서울 소비자의 집값 상승 기대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부담이 커진 강남권 초고가 주택은 약세를 보였지만,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전체의 상승 기대를 떠받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방의 집값 상승 기대는 낮아지면서 서울과의 격차는 2013년 지역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지난 1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 방침까지 철회하면서 추가 매물 출회 압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은 향후 주택 수요를 억누를 변수로 꼽힌다.

서울 집값전망 134 그대로…광역시와 14p '역대 최대'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34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9월의 1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의 최고치인 128도 웃돌았다.

전국 주택가격전망CSI는 7월 127에서 8월 125로 2포인트(p) 하락했지만 서울은 최고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정부가 8월 3일 종부세 강화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인 8월 7~14일 진행됐다.

정부가 조사 기간 중인 13일 주택 공급 대책까지 내놨지만 서울의 상승 기대는 꺾이지 않은 셈이다. 주택가격전망CSI가 100을 웃돌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내릴 것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기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6대 광역시의 주택가격전망CSI는 122에서 120으로 2p 하락하면서 서울과의 격차가 12p에서 14p로 벌어졌다.

지역별 통계가 시작된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종전 최대치는 2018년 8월과 9월의 13p였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격차는 지난 3월 1p에서 4월 2p, 5월 6p, 6월 11p, 7월 12p, 8월 14p로 5개월 연속 확대됐다. 전국적인 집값 상승 기대는 다소 진정됐지만 서울 쏠림은 한층 심해진 셈이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초고가·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자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호가를 수억 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왔다. 반면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와 서울 외곽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면서 서울 전체의 집값 상승 기대를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개편안 발표 당일인 8월 3일 6만 409건에서 같은 달 31일 6만 6808건으로 10.5% 증가했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매물은 각각 15% 넘게 늘었다.

실제 시장에서도 초고가 주택과 실수요 가격대 주택의 흐름이 엇갈렸다.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9% 올라 전주 상승률인 0.2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중랑구가 0.56%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강북구가 각각 0.55%, 도봉·노원구가 0.54%, 서대문구가 0.53% 상승하는 등 외곽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성북·강북·종로구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11%, 0.05% 하락해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거래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외곽에 집중됐다. 지난달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는 각각 46건과 40건에 그쳤지만 노원구는 244건, 도봉구 132건, 성북구 109건, 중랑구 97건으로 집계됐다.

노원구 중계5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11억 5000만 원에서 8월 12억 4000만 원으로 약 두 달 만에 9000만 원 올라 신고가를 경신했다.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ATM 앞으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2026.9.2 ⓒ 뉴스1 박지혜 기자
정부 종부세 강화 일부 철회…고금리 지속은 변수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세제개편안 정부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당초 강화안 일부를 철회했다.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예정대로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되,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추지 않고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주택분·토지분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200%로 올리려던 방침을 접고 현행 150%를 유지한다.

발표 직후부터 비거주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는 반발이 제기된 데 따른 결정이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이사가 잦고, 보유 주택을 임대한 뒤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사는 사례가 적지 않은 국내 현실을 단순한 실거주·비거주 구분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선 이후 여당에서도 실거주 여부에 따른 과세상 차등을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정부는 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세제개편안 발표 29일 만에 비거주자 공제 축소 방침을 철회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수정한 만큼 집값 기대심리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수정만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하거나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리는 향후 주택 수요를 제약할 변수로 꼽힌다. 미국·일본·유럽의 장기 국채금리가 수년에서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기준금리와 별개로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시차를 두고 신규·차환 대출금리에 반영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인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린 가운데 대규모 확장재정에 따른 물가 압력과 국고채 발행 물량 부담까지 겹쳐 시장금리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수요 주택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서울의 전체적인 집값 기대는 유지가 됐지만, 향후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