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세수로 '100조+α' 미래대응기금…교부금 연동제 54년만에 폐지(종합)

호황에 적립하고 불황에 재정 보강…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에 투자
교부금 새 산식 적용시 내년 78.9조원…기존 방식보다 21조 절감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조수빈 심서현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호황기에 세수를 적립했다가 경기 둔화나 세수 결손 때 재정을 보강하는 '재정안정화 저수지'로 활용한다.

장기 세수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와 당해연도 세입예산을 웃도는 '초과세수' 등을 재원으로 한다. 내년 추가세수 60조 원 이상과 교육교부금 개편 재원 20조 원 안팎, 올해 초과세수 25조 원가량을 합하면 기금 재원은 10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972년 도입 이후 54년간 유지된 내국세 20.79% 자동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새 산식으로 개편한다. 내년 교부금은 78조 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 이상 늘지만, 기존 방식보다 약 21조 원 줄어든다. 차액은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해 교육 분야에 재투자한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과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호황엔 적립, 불황엔 재정 보강…105조 규모 '재정 저수지'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이나 대규모 경기변동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별도로 적립해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기금이다. 경기 둔화로 세수가 줄면 기금에서 재정을 보강해 경기 상황에 따라 재정지출이 급등락하는 문제도 완화한다.

기금 규모는 1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내국세 수입을 450조 원 이상, 최근 10년 평균 증가율에 따른 장기 추세치를 390조 원 안팎으로 가정하면 기금에 적립될 '추가세수'는 60조 원 이상이다.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마련되는 재원도 20조 원 안팎이다. 현행 20.79% 연동제를 유지하면 내년 교육교부금이 100조 원에 이르지만, 새 산식을 적용하면 약 79조 원이 배분돼 그 차액이 기금으로 넘어간다.

여기에 올해 국세수입 진도율을 반영한 초과세수 25조 3000억 원까지 더하면 기금 재원은 105조 3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금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두 갈래로 구분된다. 추가세수는 다음 연도 내국세 세입예산이 장기 추세치를 웃돌 때 발생하는 차액으로, 2년 전 내국세 결산액에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해 추세치를 산출한 뒤 이를 넘는 세수를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전입한다.

초과세수는 9월 세입 재추계에서 당해연도 내국세 전망이 기존 세입예산을 웃돌 때 발생하는 차액이다. 추가세수가 반도체 호황 등 경제구조 변화와 중장기 경기변동을 반영한다면, 초과세수는 세수추계 오차와 단기 경기변동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반대로 내국세가 장기 추세치를 밑돌거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기금에서 재정을 보강한다. 지방교부세 감소로 지방재정에 충격이 발생할 때도 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3~5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만큼 10년을 기준으로 해야 호황과 불황이 함께 반영될 수 있다"며 "호황에는 재원을 적립하고 추세치에 미달할 때는 재정안정화 저수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 가운데 자본축적(New-Capital)·과감한 투자(Enterprising)·탄력적 집행(fleXible)·시급성(Timely)을 뜻하는 'NEXT 원칙'에 부합하는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청년 분야는 직업훈련·창업·자산형성과 함께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를 지원하고, 성장동력 분야는 프런티어급 AI와 3대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소형모듈원자로(SMR)·우주항공·양자 등 7대 SEED 기술에 투자한다.

지방 분야는 지역 성장거점과 정주여건 개선, 농어촌 기본소득 확산을 지원하며, 교육·인재 분야는 이공계 인재 양성과 해외 우수인재 유치, 고등·평생·영유아 교육을 담당한다.

기금은 기획처가 총괄 운용하고 관계부처가 사업을 수행하는 다부처기금으로 설계됐다. 총괄계정과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개 사업계정을 두고 민관합동 기금운용심의회와 분야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한다.

여유자금은 외부 전담 자산운용사에 맡겨 기금 지출 일정에 맞춰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하며, 기획처는 최소수익률 목표의 예시로 지난 18일 종가 기준 3.85%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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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연동제 손질…내년 교부금 78.9조, 21조 절감 효과

교육교부금 개편의 핵심은 산식 변경이다. 새 산식은 '전년도 교부금×(1+최근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1+(최근 3년 연평균 학령인구 변화율×0.35)}'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교부금을 늘리되, 학령인구 감소분은 35%만 반영한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지출 중 학생이 줄어도 감소하지 않는 교직원 인건비가 약 60%를 차지한다는 점과 인건비 상승세, 교육 현장의 충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새 산식을 적용하면 내년 교육교부금은 78조 9000억 원으로, 올해 총액(76조 4000억 원)보다 3% 이상 늘어난다. 이어 2028년 84조 3000억 원, 2029년 90조 1000억 원, 2030년 92조 7000억 원으로 증가해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은 5.2%에 이른다.

기존 20.79% 연동제를 유지했다면 내년 교육교부금이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됐던 만큼, 이번 개편으로 약 21조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새 산식에 따라 계산한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감소할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할 예정이다.

내국세 20.79%를 적용한 금액에서 새 산식에 따른 교부금을 제외하고 남는 재원은 교육 분야에 다시 투입된다.

이를 위해 미래대응기금 내 별도로 설치되는 교육·인재계정에는 미래대응기금 전출액을 제외한 내국세 20.79%와 새 산식에 따라 산출된 교부금의 차액이 편입되며, 다른 계정으로는 전출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된다.

이 계정은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교부금 감소 시 보전, 우수인재 유치와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 활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79%가 없어져서 안정성이 깨지면 문제가 있지만 재정 안정성은 담보된다"며 "20.79%라는 숫자보다 초·중등교육에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한다는 당초 취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AI 확산에 맞춰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향후 2~3년이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열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며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기술패권 경쟁의 실탄으로 활용하고 추가세수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생산적 지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구체적인 기금 수입 규모를 이달 말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국가재정운용계획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24~28일에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