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포 세무사 다시 나올 판"…9번째 손질 부동산 세제, 변수만 10여개

평균 거주 8.4년인데 세제는 2년마다 손질…종부세 기준도 정권마다 요동
2027~2029년 시행시기 제각각…주택 수·거주기간·지역 따라 세 부담 갈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또다시 손질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따져야 할 변수가 10여 개에 달하게 됐다. 주택 수와 가격뿐 아니라 실거주 여부, 거주 기간, 양도 시점,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데다 제도별 시행 시점까지 엇갈리면서 전문 세무사조차 세액을 계산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제도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제가 복잡해지면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등장했던 이른바 '양포 세무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포 세무사'는 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를 뜻한다. 잦은 세법 개정으로 계산 오류와 추징, 고객과의 분쟁 위험이 커지자 일부 세무사들이 상담 자체를 꺼리면서 생긴 말이다.

집 팔 때마다 계산법 달라진다…2028년에는 '1년짜리' 공제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종부세나 양도세를 계산하려면 보유 주택 수와 주택 가격, 실거주 여부, 전체 거주 기간, 양도 시점별 공제 한도, 비거주 특례 해당 여부, 비수도권 이주 여부,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29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기간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다만 유예 기간인 2028년에는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20%,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60%를 공제하는 별도의 공제 구조가 적용된다. 전학이나 전근, 부모 봉양 등 일부 비거주 사유를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특례도 있어 개별 납세자별로 적용 여부를 다시 따져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단순하지 않다. 지난 5월 중과가 다시 시행됐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세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집을 파는 시점이 2027년인지 2028년인지,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적용 세율이 달라진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고령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도 새로 생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재 60%에서 상향되지만 일률적이지 않다. 보유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에 따라 70% 또는 80%가 적용된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액공제의 시행 시점도 2027~2029년에 걸쳐 나뉘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은 2028년부터 시작돼 같은 납세자라도 어느 해에 주택을 보유하거나 처분하느냐에 따라 세액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과세 체계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특히 거주 여부와 주택 수와 가격에 따라 세 부담이 극명하게 벌어지도록 설계했다. 종부세 세율체계는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일원화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평균 8.4년 사는데 세제는 2년마다…20년간 9차례 손질

부동산 세제가 짧은 주기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 온 점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20년간 부동산 세제는 모두 9차례 큰 폭으로 개편됐다. 이 가운데 5차례는 강화, 3차례는 완화, 1차례는 강화와 완화가 섞인 형태였다. 약 2년에 한 번꼴로 세제 방향이 바뀐 셈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주택 거주 기간이 8.4년인 점을 고려하면 한 집에 사는 동안 세제가 여러 번 바뀔 수 있는 구조다.

종부세 과세 기준만 봐도 변화가 잦았다. 2005년 도입 당시 9억 원이던 기준은 2006년 6억 원으로 낮아졌다가 2008년 다시 9억 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11억 원, 12억 원으로 상향됐고 이번 개편안에서는 14억 원으로 조정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80% 수준에서 95%까지 올랐다가 60%로 내려간 뒤 이번에 다시 70~80%로 높아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6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20년간 9차례 세금 정책의 방향이 바뀌면서 세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은 복잡도가 극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도 헷갈린다"…잦은 개편에 정책 효과도 반감 우려

'제네시스박'이라는 활동명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부동산 세금·절세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도 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개편안 발표 이후 세무사들도 기존 과세 기준과 새 제도가 맞물리는 부분을 두고 해석상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 진행한 온라인 강의에서도 관련 문의가 상당히 많았고, 주택임대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계속 보유해야 하느냐,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지금 나온 개정안만으로도 상당히 복잡한데,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시행령까지 개정되면 세부적으로 따져야 할 내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거주 여부나 기간을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등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실제 과세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율과 공제 기준이 계속 바뀌다 보니 납세자는 자신이 얼마를 내야 하는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경험상 정권이 바뀌면 세제가 다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 세 부담이 높아져도 일단 보유하면서 버텨보거나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선택을 할 수 있어 정부가 의도한 매도 유도 등 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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