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달러 돌파에 석유최고가 '고심'…올리면 물가, 묶으면 세금 부담

미·이란 충돌에 한 달 새 유가 21% 급등…24일 8차 가격 갱신 압박
올리면 물가 자극, 동결 시 정유사 손실 보전으로 정부 재정 부담 커져

1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7.19 ⓒ 뉴스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며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자 국제유가가 한 달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인하한 정부는 오는 24일 8차 가격 갱신을 앞두고 다시 가격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올리면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고, 가격을 유지하면 정유사 손실 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이 확대되는 만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 상황, 국제 유가 변동, 국내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석유 최고가격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가 하락으로 석유 최고가 인하했는데…국제유가 한 달 새 21% 상승

21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전날(20일)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했다.

지난달 19일 브렌트유가 73.6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개월 새 약 21%가 오른 셈이다.

국제 유가 상승 원인은 최근 미군이 이란에 대해 연이어 공습을 진행하고, 이란 역시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기존 대비 리터(L)당 150원 인하해,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고시했다.

당시 정부는 "6월 25일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초·중반으로 하락했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6월 초 대비 크게 하락했다"며 "국내 석유가격 안정과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7차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원유 구매 후 운송과 정제까지 몇 주간의 시간이 소요돼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 한 달 동안 7월 1일 71.57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후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2025.10.20 ⓒ 뉴스1
새로운 석유 최고가격 24일 윤곽…정부 "물가·중동 상황 종합 고려할 것"

최고가격이 4주마다 재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8차 석유 최고가격은 오는 24일 결정될 예정이다.

7차 최고가격 당시 평화 무드 조성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가격 인하 및 최고가격제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최근 상황 변화로 최고가격제를 비롯한 정부의 석유 수급 관리 조치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급 물량 측면에서는 8월까지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후티 반군에 의한 홍해 동시 봉쇄 문제 등으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도 있어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홍해는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항로로 활용돼 왔지만, 최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을 근거지로 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8차 최고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의 효과로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전년 대비 3.6% 상승했을 물가가 3.2% 상승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물가 부담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제한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낮아진 국제유가를 반영한 원유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인 지난달 정부가 선제적으로 최고가격을 150원 인하하면서, 수입 원가는 높은 반면 판매가격은 낮은 상황이 한 달가량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인하된 최고가격을 유지할 경우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부 부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목적예비비로 4조 2000억 원 규모의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을 마련한 상태이며, 현재 3~6월 손실에 대한 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안을 두고 국제 유가, 국내 물가 상황, (정유사 손실 보전 등)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