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9%는 성역인가"…교육교부금 개편 두고 엇갈린 셈법(종합2보)

"학령인구 줄어도 자동이체, 미래세대 부담" vs "국방비처럼 유지해야"
고등·평생·영유아 "균형 투자" 한목소리…박홍근 "연동 틀은 유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김지현 이강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로 고정한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과, 교육 안전망인 만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정부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맞붙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 총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를 개편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렸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 유아·초중등·고등·평생교육 분야 현장 관계자, 재정·교육 분야 민간전문가, 언론인 등 9명과 함께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기획처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자동이체 그만" vs "20.79%는 사회적 계약"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교부금 제도의 개편을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월급의 5분의 1을 교육비 통장에 자동이체하는 상황에 비유해 "첫째가 대학에 진학해 초중고 학생이 1명뿐인데도 월급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더 큰 금액을 이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가 도입된 1972년 1000만 명을 넘었던 학령인구가 현재 500만 명 아래로, 2070년에는 200만 명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학생 수가 줄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계속 더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 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인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가채무 증가를 고려할 때 20.79%를 그대로 유지하면 미래세대가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된다며 소규모 학교 통합 등을 통한 재정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생 수 감소가 곧 교육 수요 감소는 아니라고 맞섰다. 그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 수가 14.6% 줄어드는 동안 학급 수는 0.2%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학교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가 줄어들 때 학교가 골고루 작아지는 게 아니라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는 소멸 위기에 놓이고 대도시·신도시는 과밀학급이 늘어나는 양극화가 본질"이라고 짚었다.

2025년 기준 학급당 28명을 초과하는 과밀학급 비율은 중학교 38.8%, 고등학교 25.7%에 달하며, 소규모 학교 비율은 2023년 기준 전체의 31.3%, 비수도권은 50%를 넘는다. 이 실장은 소멸위기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과밀학급 해소, 다양한 교원 확보를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20.79%라는 법정교부율의 상징성을 내세우며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교육감은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육 재정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육재정을 현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진 책임을 다하기 위한 "세대 간 사회적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정 교육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원 중 총교육비 비중이 4.6%로 선진국 69개국 중 36위, 초등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위에 그친다는 수치를 들어 '한국 교육 여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교육 수요를 기존 초중등 교육재정을 재분배해 해결하려는 방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도 현재의 학교는 정서지원·안전관리·돌봄 등 과거와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학생 수 감소만으로 재정 축소를 설명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20.79%를 유지하되 급격한 증감에 대한 조정 장치를 검토할 것을 제안해 완충 장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명섭 기자
고등·평생·영유아간 형평성도 문제…박홍근 "변화 불가피한 시점"

반면 교육 분야 간 불균형 투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으로 교육 환경 전반이 무너진 상태라며 초중등 교육처럼 예측 가능한 재정지원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8%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짚으며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의무 배정해 GDP 대비 정부 재원 비율을 1% 이상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것이 "초중등과 고등교육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두 단계 교육이 함께 지속 가능하도록 재원의 틀을 국가 전체 시야에서 다시 설계하자는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강대중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기에 최고 수준이던 역량이 성인기 이후 급격히 추락하는 '역량 침식 현상'을 문제로 제기했다. 2022년 국제 학업성취도(PISA)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 학생들이 2024년 성인역량 국제비교(PIAAC) 조사에서는 OECD 평균보다 10점 이상 낮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6년도 교육부 예산 106조 원 가운데 평생교육 체제 구축 예산은 800억 원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며 "성인기 평생교육 예산이 학령기 교육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을 영유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같은 연령이라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디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재정 지원 여부가 갈리는 현행 구조가 교육 형평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유보통합 이관 3법의 조속한 개정과 지방 단위 관리체계 일원화를 요구했다.

우경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교부금의 자동 배분 방식 자체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타 교육 분야로의 재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면밀한 검토와 현장 소통 없이 교육교부금 개편이 추진된다면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며 "학교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 다른 분야 교육투자도 확충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편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국세 연동구조라는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교육교부금은 반세기 동안 교육여건 개선에 기여했으나 학령인구 감소와 새로운 교육수요 증가 등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의 지속 증가 △내국세 변동에 따른 불안정성 완화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 타 교육분야 및 국가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재투자 △학령인구 변동 반영 등을 개편 원칙으로 제시했다.

기획처와 교육부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교부금 개편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