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평 국유지'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부지 확보 강점, 전력·용수 난제
국유지 활용해 토지 보상 부담 낮춰…복수 팹·소부장 집적 가능한 확장성 확보
군공항 이전·송전망 구축·산업용수 확보 등 착공까지 풀어야 할 과제 산적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입지로 확정하면서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구축 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약 250만평 규모의 국유지를 활용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과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중심의 'K-반도체 벨트'를 호남권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광주 군공항 부지가 후보지로 선정된 가장 큰 배경은 대규모 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토지 보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어 복수의 팹(생산라인)과 연구시설, 협력업체 집적이 가능한 확장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광주가 보유한 인공지능(AI) 산업 기반과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부지 선정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 군공항 이전과 국유지 활용 절차, 대규모 전력망 구축, 안정적인 산업용수 확보 등 실제 사업화를 위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력과 용수는 절차가 끝난 뒤 검토할 문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반시설 확보와 인허가 속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반도체 특화단지 후보지로 이전부터 검토돼 온 곳이다. 8일 뉴스1이 확보한 2022년 광주전남연구원의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방안' 보고서를 보면, 당시에도 군공항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능성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교통·물류·전력·용수 등 기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군공항 이전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과제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검토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번 정부 결정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군공항 부지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대규모 가용 부지 확보다.
약 250만평에 달하는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토지 보상이나 민간 토지 수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통상 첨단 팹 한 기가 20만~40만평 안팎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수의 생산라인과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시설, 주거·정주 기능까지 담을 수 있는 대규모 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초기 부지 확보가 사실상 성패를 가르는 만큼, 대규모 가용부지를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후보지들이 쉽게 갖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광주가 이미 보유한 인공지능 산업 기반도 장점으로 꼽힌다.
광주는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집적단지를 기반으로 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추진해 왔다. 광주전남연구원 역시 "광주는 AI 국가거점으로서 반도체 분야와 융합해 AI 반도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광주가 모빌리티산업과 에너지산업 수요기업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배후지를 갖춘 점도 강점으로 분석했다.
결국 정부가 군공항 부지를 선택한 배경에는 단순한 유휴부지 활용을 넘어 대규모 부지 확보, AI 산업 기반,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군공항 부지가 곧바로 반도체 산업단지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군 작전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군공항 이전과 국방부 협의, 군사시설보호구역 조정, 비행안전구역 검토,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군공항 이전은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전 완료 이전에 반도체 단지 조성을 병행하려면 선(先)양여 방식 도입 등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전력 확보 역시 난제다. 정부는 장성 신장성변전소를 중심으로 345kV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해 오는 2034년까지 총 6.28GW의 전력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45kV 송전선로 약 43km와 345kV 변전소 2곳을 신설하고, 1단계로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를 통해 4GW를 공급한 뒤 2단계로 신장성∼산단 송전선로를 추가하는 구상이다.
신장성변전소는 신안 해상풍력과 서남권 재생에너지, 한빛원전 계통을 연결하는 지역 전력 공급망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같은 방향 역시 과거 연구보고서에서 제시된 바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의 핵심 조건으로 "전력·용수 처리"를 명시했고, 호남권이 RE100 재생에너지 생산 배후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용수 문제도 사업 성패를 좌우할 변수다. 정부는 신규 댐 건설 없이 동복댐과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을 활용해 하루 65만 톤 규모의 산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물 공급이 아니라 초순수 생산을 위한 안정적 수원 확보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동복댐 증고, 보성강댐 발전용수 전환, 나주댐 농업용수 재배분은 지역주민과 농업계, 환경단체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결국 군공항 부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국유지 활용성과 확장성을 현실화하려면 전력망 구축, 용수 공급, 군사시설 정비,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사업지 선정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민관합동점검회의에서 "행정절차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광주 군공항 프로젝트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연구,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규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에는 국토부·환경부·산업부 등 여러 부처의 인허가가 필요하다"며 "다부처가 함께 참여해 한 번에 처리하는 논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인허가를 신청한 뒤 일정 기간 내 답변이 없으면 허가된 것으로 인정하는 '검토기간 상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회준 전 한국반도체공학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52시간 근무제도 개선"이라며 "연구개발 분야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오히려 지방으로 이전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중요하다"며 "수도권 소부장 기업이 호남으로 이전할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대책도 과제로 꼽힌다. 유 교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반도체 분야로 확대하고 특구 내 대학의 정원을 늘리거나 지역 반도체 기업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달 1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반도체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위한 '글로벌 반도체 전략투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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