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거래 대전환…30년만에 빗장 풀고 원화 국제화 시동
6일부터 평일 24시간 거래…해외기관 참여·NDF 야간 수요 흡수
거래시간 연장 후 갭변동성 줄었지만 야간 변동성 확대…초기 관리 관건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내 외환시장이 6일부터 평일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굳게 닫혀 있던 국내 외환시장의 빗장을 30년 만에 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빼앗겨온 야간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고, 원화를 국제 통화로 격상시키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24시간 거래 체제 전환이 장기적으로 서울외환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개장 초기 야간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외환시장 거래시간은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에서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뉴욕 서머타임 기준)까지로 늘어난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도 등록만 하면 국내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역외 원화결제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4시간 개방을 외환시장 역사 수십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정의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지난 2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여태까지 수십 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는 원화를 국제통화로 격상시키고, NDF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NDF는 일정 시점에 외환을 정해진 환율로 매매하기로 약속한 선물환의 일종이다. 실제 통화 인수도 없이 계약 환율과 만기 시 현물환율의 차액만 거래한다. 거래량이 제한적이고 역외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만큼 외환당국의 대응도 역내 시장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차관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원화의 역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하기로 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제한적인 통화였던 원화가 완전히 국제적인 통화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NDF 시장을 규제하기보다는 역내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허 차관은 "지금 당장 NDF 쪽에 특별한 제재를 가할 생각은 없다"며 "대신 역내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서 시장 원리에 따라 부드럽게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물환 시장의 그릇을 키우고 깊이를 깊게 만들어 NDF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흡수해 나가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도 외환시장이 NDF 거래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4시간 체제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역내 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유인이 커진다"며 "가격발견 기능이 NDF 시장에서 서울외환시장으로 점차 이동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외환시장 정규장 마감 이후 야간 원화 거래는 전적으로 역외 NDF 시장에 의존해왔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NDF 시장이 야간 원화 가치를 왜곡하고, 다음 날 아침 정규장이 열릴 때 그 충격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부작용이 반복돼왔다.
실제로 지난 2024년 7월 거래시간을 1차로 연장한 이후 개장 직후 변동성은 일정 부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이 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24년 7월 연장 이후 갭변동성(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쌓인 대외 변수가 개장 때 한꺼번에 반영되며 발생하는 환율 변동)은 평균 0.145%로, 연장 전 평균 0.306%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거래시간 연장 이후 시가와 종가 간 갭변동성이 41.6% 축소되고, 역외 NDF 환율과 역내 현물 환율 간 가격 괴리도 22.6% 줄어들며 시장 파편화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야간 정규장이 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흡수해 아침 개장 시의 가격 단층 현상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심야 시간대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참여자가 급감하는 심야 시간대의 얇은 유동성과 맞물리면서 체감 변동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달러·원 환율의 20일 변동성은 연장 전보다 30.4% 확대됐고, 분기별 변동 폭도 39.3% 늘었다.
특히 런던장 마감 후 뉴욕장만 열려 있는 시간대에는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유동성 공백이 반복돼, 평소엔 잠잠하다가도 충격이 발생하면 주간보다 크게 흔들리는 '꼬리위험'(충격 발생 시 변동폭이 크게 튀는 위험)이 야간에 더 크게 나타났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수구가 넓어져 아침의 홍수는 막았지만, 파도가 칠 때마다 항구 안의 물이 실시간으로 출렁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최근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훌쩍 넘어서 연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환율 불안이 커져 있는 만큼, 초기 변동성 관리는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허 차관은 "초기 단계에는 (외환시장을)24시간 적극적으로 밀착 마크를 하면서 타이트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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