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남극 세종기지 인근 화석연료 유래 블랙카본 2.7배 급증
세종기지 인근 퇴적물 분석…화석연료 유래 비중 6%→16% '껑충'
코로나19 이후 선박·관광 활성화 영향…수천 년간 해저에 '장기 보관'
- 백승철 기자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역에서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블랙카본'의 양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남극 현지에서의 인간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결과가 고스란히 바다저층 퇴적물에 새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하선용 박사 연구팀이 남극 킹조지섬 마리안소만과 맥스웰만에서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채취한 해양 퇴적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종기지 주변 해양 퇴적물에서 검출된 블랙카본 중 화석연료 유래 비중은 2019년 6%에서 2023년 16%로 약 2.7배 급증했다.
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목재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검은 탄소 입자로,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물질이다. 이러한 수치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선박 운항과 기지 운영 등 남극 현지 활동이 재개된 점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국제남극관광운영자협회(IAATO) 자료를 보면, 2023-24년 남극 크루즈 관광객은 약 4만3000명으로 2019-20년 대비 약 2.3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남극 바다로 흘러 들어간 블랙카본은 수천 년간 보존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퇴적물 속 블랙카본의 겉보기 연대는 약 4,700~5,120년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얕은 수심과 빠른 퇴적 속도 덕분에 블랙카본이 분해되기 전 해저로 격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남극과 북극의 차이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북극 스발바르 해양 퇴적물의 경우 산불 등 중위도 지역에서 날아온 블랙카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남극은 현지 활동에 의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논문 1저자인 민준오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은 "블랙카본이 극지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보존되는지 밝혀진 만큼, 극지 탄소순환에서 블랙카본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지 방문과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남극 탄소순환과 인간 활동 간 상호작용 연구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6월호에 게재됐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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