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에서 '과잉' 대응으로…태양광이 바꾼 전력망 관리 패러다임

휴일 낮 태양광 비중 47% 육박…초여름 냉방 수요가 과잉 전력 일부 흡수
수요 억제서 '시간대별 불균형 조정'으로…플러스DR·차등요금제 등 도입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6.5.17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이른 5월 더위가 이어지며 올여름 전력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 피크 부담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 급증으로 전력이 남는 상황에서, 이른 더위가 일부 수요를 일으켜 계통 부담을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

전력 수급의 초점이 부족 대응에서 태양광 중심의 '남는 전기' 관리로 이동하면서, 전력망 운영의 핵심이 최대 수요가 아닌 시간대별 불균형 조정으로 바뀌고 있다.

25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석가탄신일인 전날(24일) 정오 기준 태양광 발전량은 2만 7606메가와트(MW)로, 전체 전력수요(5만 8825MW)의 약 47%를 차지했다.

태양광 비중이 이처럼 크게 나타난 것은 발전량 증가뿐 아니라 전력망 안정을 위해 다른 발전원의 출력을 조정한 영향도 반영된 결과다.

태양광 발전 확대는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이지만, 전력망에는 부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크기가 정해진 파이프(전력망)에 갑자기 물(전력)이 쏟아져 들어오면 압력이 흔들리듯, 과도한 전력이 외부로 나갈 소비처가 없으면 계통 주파수와 전압이 요동치면서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여름 더위로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과잉 전력을 일부 흡수하며 숨통을 틔우는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이런 효과는 공장과 산업체 전력 사용이 꺼지는 '더운 휴일'에 더 크게 나타난다. 생산설비 대신 냉방 수요가 중심이 되면서, 낮 시간대 태양광 전력이 수요부족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일부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적당한 봄 더위'일 때에만 나타나는 효과다. 기온이 더 올라 한여름 수준의 폭염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전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의 '수요 폭증'이라는 또 다른 위험으로 바뀐다.

24일 발전원별 실시간 전력 공급 현황. 낮 시간대 태양광(붉은색·분홍색)이 크게 늘면서 다른 발전원이 줄었다가, 해가 지는 오후 이후 다시 늘어나는 형태가 나타난다. (전력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05.24/뉴스1
전력망 관리, 최대 피크에서 시간대 대응으로

과거 전력망 관리는 여름철 수요 극대기에 맞춰 '공급을 끊이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면서, 지금은 봄·가을 경부하기처럼 수요가 적은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전기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남는 전기를 조정하는 문제가 핵심이 된 셈이다.

공급을 끊이지 않게 유지하는 일은 미리 설비를 점검하고, 수요를 조절하는 수준으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경부하기 관리는 성격이 다르다.

경부하기 관리의 핵심은 전력 수요와 공급의 시간대별 불균형이다. 하루 중 빠르게 증가하는 발전량에 맞춰 전체 설비 출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날씨 변수는 물론 LNG 발전 가동률 조정, 일부 태양광 발전소의 전력망 연결 제한까지 겹쳐 복잡한 판단을 요구한다.

이런 시간대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석탄·LNG 발전 가동률을 조정하고, 태양광 발전소의 계통 연결을 제한하는 일 자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정작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전 단가 산정과 손익 보전, 사업자의 이윤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돈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결국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등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설비 확충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 역시 저장된 에너지가 지속해서 충분히 쓰이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결국 일정 부분은 수요 증가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경부하기 낮 시간대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플러스 DR 제도'도 도입됐다. 특히 소비는 제한적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은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먼저 운영되고 있다. 플러스 DR은 전기를 덜 쓰면 보상을 받는 기존 수요자원(DR)과 달리, 전력망이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전기를 더 쓰면 그만큼 전력망 안정화 기여분을 정산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계시별 요금제도 개편해 운영 중이다. 낮 시간대 전력 소비를 유인하기 위해 대용량 산업용 전력 소비자에게는, 태양광 발전이 많은 봄·가을 낮에는 요금을 깎고 밤·심야 요금은 올리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 시간에는 전기를 싸게,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전기를 비싸게 만들어 전력 사용 시점을 옮기려는 시도다.

한편, 태양광 중심의 전력망 관리의 또 다른 축인 '지산지소'(생산한 곳에서 소비) 유도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력망 관리 문제가 결국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유통 문제인 만큼, 최대한 이를 일치시켜 전력망의 전체적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결국 남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더 쓰게 만들거나, 가까운 곳에서 소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연내 지역별 차등 요금제 방안을 발표하고, 재생에너지(RE100) 산단 착공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른 더위가 일시적으로 전력망의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결국 전력 시스템 관리의 성패는 이런 시간·공간 단위 전력망 재구성에 달려 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