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원화 살린다"…MUFG, 연말 환율 1400원 '큰 폭 하향'

연말 전망 1460원→1400원으로 60원 하향…ING는 1425원
중동 리스크 소강·수출 호조에 강세 기대…연준 경로는 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29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되고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며, 중동 사태 직후 1540원선을 위협했던 환율이 연말에는 1400원 안팎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 기대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연금 환 헤지 확대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도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MUFG, 연말 환율 1460원→1400원 하향…원화 가치 회복 기대감↑

15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리서치의 최신 환율 전망에 따르면 MUFG는 올해 4분기 말 달러·원 환율을 14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이달 초 월간 보고서에서 제시한 4분기 말 1460원보다 60원 낮은 수준이다. MUFG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는 연말 환율을 1470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MUFG는 분기별로 달러·원 환율이 2분기 말 1430원, 3분기 말 1410원, 4분기 말 1400원까지 내려간 뒤 내년 1분기에는 13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MUFG는 중동 정세 불안과 고유가 부담 등을 반영해 연말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에 머무를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망에서는 원화 약세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전망 업데이트에는 수치만 제시됐으며, 전망치 하향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 전망의 눈높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화 약세 압력이 정점을 지나 완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흐름은 비교적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환율을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제시해 온 싱가포르계 금융그룹 유나이티드오버시즈뱅크(UOB)는 이달 전망에서 연말 달러·원 환율이 1480원 수준에 있을 것으로 봤다. 이는 MUFG나 1400원 초중반을 제시한 다른 IB보다는 높지만, UOB가 지난달 전망에서 제시한 1490원보다는 10원 하향된 것이다.

한편 ING는 환율이 연말 1425원까지 내려 내년 1분기에는 1400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지난달 17일 이후 발표된 경제 지표는 반영되지 않은 전망치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2026.4.1 ⓒ 뉴스1 윤일지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가 원화 회복 기대 뒷받침…유가·달러 흐름은 변수

원화 강세 기대의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한국 수출 전반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서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면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개선 기대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비율 상향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도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배경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원화가 단기간에 급격히 강세로 전환되기보다는 중동 리스크 완화, 수출 호조, 무역수지 개선, 미국 통화정책 경로 등을 확인하며 점진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돼 온 여러 변수가 실제로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했고, 반도체 수출도 역대급 호조를 보이며 성장률 전망 상향 기대가 환율 전망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둔화하고 국내 주식 매수세가 나타나는 점도 원화 수급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연말까지 환율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큰 것은 맞지만, 반등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또는 인상 기대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환율이 다시 되돌려질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율 하락 기대가 커지고 있더라도 중동 리스크와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여전히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변수는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 미치는 민감도는 떨어질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동성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초기처럼 큰 공포 심리가 반복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은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와 기업 순이익 개선, 성장률 전망 상향 기대가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와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은 환율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특히 연준이 인하 사이클을 조기에 종료하고 인상 가능성을 다시 열어둘 경우 원화 강세 흐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