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대신 경력, 사람 대신 AI"…금융위기 후 최악의 '청년 고용한파'
중동 전쟁發 내수 부진에 19만명 급감…42개월 연속 '마이너스' 쇼크
서비스업 직격탄에 AI 일자리 대체 가속…정부 '청년 뉴딜' 실효성 의문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내수 경기 위축과 인공지능(AI) 확산이 맞물리면서 청년 고용 부진이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으로 심화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단순·반복 업무가 빠르게 대체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까지 강화되며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청년층 비중이 높은 내수 업종의 취업자 감소까지 겹치면서 청년 고용 한파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는 2896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 4000명(0.3%) 증가했다. 16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증가 폭은 지난 2~3월 20만 명대에서 10만 명 아래로 축소됐다.
특히 청년층 고용 부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783만 7000명으로 지난해 4월(803만 1000명)보다 19만 4000명 감소했다. 42개월 연속 감소세로 청년층 고용률은 43.7%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하락했다.
청년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금융위기 시기인 2005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하락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전년보다 19만 5000명 감소하면서 고용률은 1.3%p 하락한 59.0%를 나타냈다.
청년층 고용 부진은 내수와 밀접한 업종들의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높은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5만 2000명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도 2만 9000명 줄었다. 정보통신업 취업자 역시 1만 5000명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청년층 취업자는 정보통신업,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며 "중동 전쟁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한 데다 유가 상승 영향으로 사람들의 소비·이동 활동이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내수 위축이 청년층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현재 중동 전쟁 외에 별다른 경기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내수 업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며 "청년층 취업 비중이 높은 업종인 만큼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로 우리나라 경기가 좋다는 착시 효과가 있지만 도소매업 등 내수 업종은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과 AI 확산도 청년층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신입 중심의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확대하고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선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기업의 97.4%는 신입보다 경력을 우대한다고 답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매출액 500대 기업의 33.4%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 전환(AX) 등 산업구조 변화도 청년층 신규 채용 감소 요인으로 거론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기업들이 단순·반복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단계의 엔트리급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통계에서 청년·고학력층의 주요 진입 통로로 꼽히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11만 5000명 감소하며 5개월 연속 줄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전후 4년간 감소한 15~29세 일자리 25만 5000개 중 AI 고노출 업종 감소분이 25만 1000개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AI가 인력을 대체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이미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고노출 업종을 중심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국가인 만큼 AI 전환이 전체 취업자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신규 채용문을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진입 초기인 청년층은 비정규직·계약직 비중이 높고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AI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청년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 지원 대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직업훈련과 일경험 제공, 근로의욕 회복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 뉴딜' 대책을 발표했다.
대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공공·민간 일경험 기회를 대폭 확대해 '경력 부족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AI·디지털 분야 직업훈련과 청년 창업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총 10만 명 규모 지원에 나설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봉 교수는 "청년층 기술 창업 지원 등은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지만 공공 일경험 제공 등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농지 전수조사나 국세청 체납 관련 직무 경험 제공은 실제 민간 일자리와 연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다시 '쉬었음' 상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소장은 "과거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대책으로 보인다"며 "청년들에게 일경험 기간을 늘려준다고 해서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직접 고용 지원이 아닌 만큼 사업 종료 이후 다시 실업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며 "청년 기술 창업 역시 단발성 지원에 그칠 경우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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