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파워 비둘기' 신성환 금통위원 "금리인하 논하기 상당히 부담"

7차례 인하 소수의견 냈던 대표 비둘기파, 12일 퇴임 앞두고 기자간담회
"연말 유가 90달러는 될 것 같다…물가와의 싸움 훨씬 격해질 수도"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4.9.25 ⓒ 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1일 "물가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굉장히 크다"며 "지금은 금리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12일 퇴임을 앞둔 신 위원은 이창용 전 총재 시절 7차례 인하 소수의견을 낸 '파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힌다.

그는 2024년 하반기, 금통위원 다수가 가계부채와 환율 등을 이유로 동결 기조를 유지하던 시기에도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의견을 냈다. 물가 안정 흐름과 내수 부진 우려를 고려한 소수의견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신 위원의 소수의견을 사실상 인하 사이클의 '사전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실제 이후 금통위가 만장일치 인하로 전환하는 흐름도 관측됐다.

그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이어진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 과정에서도 정책 속도와 폭에 영향을 준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연말 유가 90달러는 될 것 같다…물가와의 싸움 훨씬 격해질 수도"

신 위원은 그가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시기와 비교해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소수의견으로 인하를 주장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였던 것"이라며 "지금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판단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항상 인플레이션이 최우선"이라며 "우리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2%로부터 위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면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상충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인플레이션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신 위원은 "원래는 올해 말 정도면 유가가 70달러 정도로 다시 하향 안정화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 보면 90달러는 될 것 같다"며 "연말까지 높은 가격으로 고공행진하면 다른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자들이 잠깐 올라갔다 떨어지는 부분은 어느 정도 이익으로 흡수하는데, 오래되면 이것들을 흡수하기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물가와의 싸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격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4.9.25 ⓒ 뉴스1
"양극화 속 통화정책 어려워…포워드가이던스는 시장 충격 줄이기 위한 것"

신 위원은 이날 양극화가 심화한 경제 구조 속에서 기존 통화정책 문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아울러 포워드가이던스와 금융시장 쏠림 현상, 반도체 중심 성장, 과도한 저축 구조 등을 언급하며 마지막 날까지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를 지적했다.

신 위원은 "한 10% 정도 비중, 고용 측면에서는 10%도 안 되는 섹터가 경제 전체 헤드라인을 결정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70~80%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텍스트북(교과서)에서 나오는 성장과 물가의 상충관계가 우리나라 구조에서 얼마나 유효한지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도입된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해선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미래 모습과 시장이 생각하는 미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일치시키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미래 모습과 시장 생각이 굉장히 다를 경우 중앙은행 의사결정이 시장에 주는 충격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의사결정을 했을 때 시장이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지금 포워드가이던스의 목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건 우리가 최선을 다해 그린 미래 모습이지 커밋먼트(약속)는 아니다"라며 "미래 모습이 너무 자주 틀리거나 크게 틀리면 중앙은행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중심 성장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반도체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경제에 줄 수 있는 물가 충격은 있지만, 이걸 엄청 우려하는 상황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양극화가 굉장히 심한 상황이고 반도체 자체가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고용 영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위원은 우리나라의 높은 저축률과 부진한 민간소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저축률이 너무 높다 보니까 금통위원으로 있는 내내 민간소비가 굉장히 지지부진했다"며 "경제가 돌아가는 베이스를 만들려면 민간에서 충분한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에서 발표할 때 썼던 용어 같은데, 굉장히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시스템"이라며 "집 사느라 허덕이고 연금 저축도 하고, 결국 허덕이면서 살다가 집이라는 큰 자산 남겨놓고 떠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축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해서 잘 살고 잘 떠나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위원은 1995년부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금융연구원장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연금학회장 등을 지냈다. 이후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2022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됐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