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중동 전쟁 다음은 동맹 청구서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 비용은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개전 첫 달인 3월에만 200억~250억달러가 투입됐고, 초기 공습 집중 이후 작전 강도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4월부터는 하루 2억5000만~5억달러, 월 75억~150억달러 규모의 지출이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지출 구조는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단순히 미국 내부의 재정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동맹 비용 분담' 압박은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확인됐듯, 이러한 압박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그치지 않고 관세 인상, 비관세 장벽 강화,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 조치 등 통상 정책으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 군사 대응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특정해 지원 요청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동맹의 기여도를 노골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거래적 동맹관'이 재차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를 '포스트 전쟁형 경제 질서 재편'의 신호로 해석한다. 군사적 개입의 부담을 동맹국과 우방국에 분산시키는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와 재정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층적 전략이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통상 압력을 경험해 왔고, 전쟁 이후 이러한 압박은 더욱 정교하고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공급망 불안이 맞물릴 경우, 생산 비용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대응 역시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수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 시장과의 교역을 확대함으로써 외부 충격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을 중동 중심에서 벗어나 다변화하는 중장기 전략도 요구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비축 강화, 대체 수입선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협상력 제고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통상 분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별로 취약한 지점을 보완하는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 외교와 통상을 분리해 접근하기보다, 안보와 경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 역시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통상과 안보의 결합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를 구축하고,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곧 전쟁 이후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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