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배럴 묶였지만 "문제 없다"…정부, 대체 공급선 이번주 발표
산업장관 "5월까지 비축유 방출 없이도 충분…좋은 소식도"
카자흐·오만·사우디 대체 공급망 확보한 듯…중동 의존도↓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가 현실화하면서, 국내로 반입이 기대됐던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이 단 한 척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고도 4~5월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중동 의존 물량을 대체할 공급선을 일부 확보한 데 따른 판단으로, 이번 주 중 추가 확보 성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카자흐스탄·오만 등을 중심으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며 단기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병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중 대체 원유 확보와 관련한 추가 발표를 준비 중이다. 최근 카자흐스탄 방문 등을 통해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모색해 온 만큼,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관 산업장관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고도 이달과 5월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5월 물량은 평시 대비 80% 수준까지 확보됐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특히 "(카자흐스탄이)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서 선호하기 어려운 지역인데, 이번 사건을 겪으며 원유 (수입) 다변화가 중요하다 봤다"며 "진전이 꽤 있어 다음 주 초쯤 구체적 물량이나 내용 등 어느 정도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대체 공급망 확보에 대한 성과도 시사했다.
주요국들이 잇따라 비축유 방출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은 자체 수급 대응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산업부가 밝힌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확보한 대체 원유 물량은 4월 5000만배럴, 5월 6000만배럴 등 모두 1억1000만배럴이다. 사우디와 미국, 브라질, 호주, 콩고, 가봉, 캐나다 등을 17개국을 통해 확보했다.
원유 스팟 계약은 통상 계약 시점으로부터 2개월 후 인도분을 미리 확보하는 구조로, 정부는 현재 7월 물량을 확보하는 단계다. 6월 물량 확보 작업도 병행 중이다.
이미 정부가 특사단을 통해 주요 산유국과 병행 협상을 진행해 온 만큼, 일정 수준의 물량 확보나 계약 진전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기존 수송망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정부 판단은 이러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정부가 구상 중인 대체 원유 확보 전략은 크게 카자흐스탄과 오만을 축으로 하는 '이중 구조'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을 거쳐 흑해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우회 수송' 모델이 핵심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자흐스탄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아리스탄과 쿨잔 광구구, 아크자(Akzhar) 광구가 있는데, 일평균 생산량은 각각 1만 배럴, 4100배럴 수준(2025년 12월 기준)이다. 기존 확보된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중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할 경우 중동 의존도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카자흐스탄산 원유 도입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연합 무역정보센터(UN COMTRADE)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카자흐스탄산 원유 수입액은 약 9억7000만 달러로, 이를 국제유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억~1억1000만 배럴, 일평균 약 30만 배럴 수준에 해당한다. 이는 국내 일일 원유 소비량(약 300만 배럴)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또 다른 축은 오만이다. 오만은 두쿰(Duqm)과 소하르(Sohar) 항만을 기반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아라비아해로 직접 수출이 가능한 '비(非)호르무즈 루트'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봉쇄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을 통한 홍해 우회 항로 활용과 청해부대 호위 등 안전 확보 방안까지 병행 검토되면서 단기 수급 대응 역량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런 대체 공급선 확대에는 운송비 증가, 물량 한계,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 등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9일 '중동 전쟁 관련 브리핑'에서 "카자흐스탄 원유 수송은 유조선이 작을 경우 흑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로 돌아오는 방식이라 운송 거리가 길지만, 특별히 수송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카자흐스탄 원유는 이미 매년 꾸준히 수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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