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변수에 묶인 금리…'물가·성장 딜레마' 속 동결 장기화 무게

유가發 물가 리스크 vs 공급차질 성장 둔화…상하방 압력 혼재
이창용 "충격 일시적이면 금리 대응 안 해…장기화 시 대응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2.50%)를 동결한 가운데, 중동발(發) 유가 급등으로 물가와 성장 흐름이 엇갈리면서 당분간 '관망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은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통화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충격이 일시적이면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유가발 물가 상방 vs 공급차질 성장 둔화' 상하방 압력 혼재…변수는 결국 전쟁

금통위는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금리 인하 이후 이번까지 7차례 연속 동결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결정이다.

현재는 통화정책 판단을 어렵게 하는 전형적인 '상하방 압력 혼재' 국면으로 평가된다.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생산 위축으로 이어지며 성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물가 지표도 유가 영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물가지수는 142.89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도 5.2%로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유(17.0%), 등유(10.5%), 휘발유(8.0%)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2.0%)보다 확대됐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7%로 소폭 상승했다. 한은은 국제유가 영향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반경 한국 인플레(물가상승률)가 3% 내외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정학 불안, 유가 부담이 완화될 때까지 듀레이션 중립 전략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경로는 중동 사태 전개와 통상환경, 반도체 경기 등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에너지 관련 일부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며 "수출과 추경(추가경정예산)이 이를 일부 완화하겠지만 전반적인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수출 증가율 둔화, 건설투자 회복 제한 등으로 경기 모멘텀은 점차 악화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중동 에너지 충격, "정상화까진 상당한 기간 걸릴 것…충격 장기화되면 정책 대응"

결국 정책 방향은 중동 상황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이번 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종전 합의에 원만하게 도달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며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충격 대응 원칙도 재확인했다. 그는 "충격이 일시적이면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충격이 장기화되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고 관망 기조를 강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나 인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관망 기조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 과도하게 형성됐던 금리 인상 기대를 일정 부분 조정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금리로 대응하겠다는 식의 단서를 이번 금통위에서 의도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려 한 것 같다"며 "정책 방향성을 의도적으로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