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전에 다시 열리는 호르무즈…정부 대응 분주, 리스크는 여전
해수부, 선사와 대책회의…선사별 통항 계획 수립 및 의견수렴
호르무즈 시한부 재개방…"단기 수급엔 긍정적, 불확실성 여전"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고 이 기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그간 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우리 선박의 통항 재개를 위한 정부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물류 흐름이 다소 안정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협 통행의 완전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상황과 관련해 선사들과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과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마련된 것으로, 해협 통항 관리 방안과 선사별 통항 계획 및 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의에서 선사들은 해수부가 제공하는 외국 선박의 통항 동향 등을 참고해 자체적으로 통항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선박 운항 전 과정에 걸쳐 실시간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선박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해수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위험 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의 운항 자제 권고는 유지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해협 내 제반 위험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권고를 유지하되, 우선 우리 선박 26척의 안전한 통과를 지원하는 데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한 선사들도 이 같은 방침에 공감하며, 실제 통항 시점은 관련국 정부의 후속 발표와 외국 선박들의 운항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산업통상부는 통항 재개와 관련한 세부 정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산업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 운항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외교부 해수부와 협의해 우리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이 가운데 4척은 국적선사 소속이다. 이들 선박에는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200만 배럴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치 물량이 한 번에 풀릴 수 있는 셈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급 환경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나프타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도입 의존도가 54%에 달할 만큼 중동 비중이 절대적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된 물량을 약 50만톤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휴전 소식은 9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3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급락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추이와 해협의 실질적 통항 상황 등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개전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압박해 온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는 일시적인 완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조건부·한시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경색됐던 원유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조치는 구조적 안정이 아닌 정치적 합의에 기반한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물류 흐름이 일부 안정될 수 있지만, 해협 통행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정유사의 원유 저장 탱크가 상당 부분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비록 2주간이라도 재개방될 경우 원유 반입이 가능해져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해협이 열리면 물리적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에도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 교수는 "이번 조치는 정치적 합의에 따른 일시적 조치인 만큼, 휴전 종료나 협상 결렬 시 봉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전쟁 기간 산유국들의 생산 설비와 수출 인프라가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은 만큼, 단기간 내 과거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유조선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실제 공급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안정이 체감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정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의 대체 공급선 확보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이번 해협 개방으로 묶여 있던 물량이 유입되면 단기적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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