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쇼크에 비료·면세유값 '급등'…농어업 비상에 '밥상물가' 주의보

요소값 80%·면세유 10만 원 급등…농어민 생산비 압박 가중
정부, 2600억 긴급 추경 편성…중동발 공급망 충격 선제 대응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농업·수산업 전반으로 비용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와 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동시에 치솟으며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밥상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요소 가격은 1년 새 80% 가까이 급등한 데다 대체재가 거의 없어 가격 상승분이 농가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어선 조업 포기 사례가 늘어나는 등 공급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체재 없는 비료용 요소 1년 새 80%↑…선박 면세유 한 달 만에 10만 원 급등

6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요소 가격이 급등해 농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요소는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다.

경제데이터 플랫폼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요소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톤당 690달러로, 한 달 전(531.5달러)보다 29.8%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79.2% 급등했다.

요소는 대체재가 거의 없어 가격 상승 시 농가가 그대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료 투입 감소는 수확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어 생산비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비료용 요소 수입의 43.7%가 중동에 의존하고, 이 중 38.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글로벌 질소 비료 교역량의 약 25%가 해당 해협을 지나는 만큼, 봉쇄 장기화는 공급 차질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사료비 인상으로 이어지며 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바 있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하고 사료용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 가격 변동이 곧바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식품업계 역시 농산물 도매가격 상승이 현실화할 경우 원가 부담 확대를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은 수산업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달 어업용 면세유(경유) 가격은 드럼당 27만 6200원으로, 한 달 전(17만 5940원)보다 10만 원 이상 급등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형 어선은 물론 중·대형 어선까지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대형기선저인망 업계에서는 쌍끌이 선박 약 20척이 휴어기 이전 조업을 조기 종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 상승이 지속할 경우 수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달러, WTI는 11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1일 101.2달러에서 2일 109.3달러로, WTI는 같은 기간 100.1달러에서 111.5달러로 각각 급등한 상태다.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김이 진열되어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환율과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 압력과 소비심리 둔화가 우려된다며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총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4.6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정부, 유류비·비료·사료 등 공급망 충격 완화 위해 2600억 원 추경

정부는 확산하는 비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 지원과 수급 관리에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58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유류비·비료·사료 등 생산비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설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난방용 면세유에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 지원하고,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에 대응해 농가 구입비 일부를 보전하는 예산도 반영했다. 비료업체의 원활한 원료 확보를 위한 원료구매자금 3000억 원 규모(이차보전 22억 원)도 추가 편성됐다.

축산농가를 위한 사료구매자금 650억 원도 추가 지원해 곡물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500억 원을 확대하는 등 물가 안정 대책도 병행한다. 정부는 현재 비료 재고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7월까지는 공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비료 과잉 사용을 줄이고 가축분뇨 활용을 확대하는 등 구조 개선도 추진한다. 농가별 맞춤형 비료 사용 처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표준 처방서를 통해 적정 사용량을 안내하는 한편 퇴·액비 활용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충격 완화와 함께 농업 생산 구조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동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밥상물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 전쟁 관련 거시경제·물가 대응 현황을 보고하며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과 소비심리 둔화가 우려된다"며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총가동하겠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