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는데 가격은 묶이고…정유업계 수익성 '휘청'
원가 40% 가까이 오를 동안 판매가격은 23%↑…수익성 직격탄
국제유가 추가상승·수출 제약·최고가격제 겹쳐…4월 전망에도 '빨간불'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호르무즈 해협 통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의 체감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지만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등으로 판매가격 인상이 제한된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유시설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상위 5대 품목인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한국은행 업종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실적 BSI는 지난 2월(73)보다 5.5% 하락한 69로 집계됐다.
기업이 체감하는 원자재 부담을 의미하는 원자재구입가격실적 BSI는 108에서 150으로 38.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제품판매가격실적 BSI는 100에서 123으로 23.0%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기업들이 느낀 원가 부담의 상승폭을 판매가격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수익성을 가리키는 채산성실적 BSI는 지난 2월(88)에 비해 12.5% 하락한 77을 기록했다.
업황실적 BSI가 기준치 100을 웃돌면 경기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원자재구입가격과 제품판매가격 BSI가 100을 넘으면 체감 가격 상승을, 채산성 BSI가 100을 밑돌면 체감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달 BSI 지표는 11~18일 한은의 업계 설문을 통해 집계됐으며, 이 기간에는 1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13일이 포함돼 있다.
석유정제·코크스 업종(정유 업계)의 체감 경기 악화는 중동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더해 정부가 도입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원자재인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1.24달러에서 지난달 31일 121.10달러로 70.0%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72.48달러에서 118.35달러로 63.3%, WTI는 67.02달러에서 101.38달러로 51.3% 각각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달 13일 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L)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지난달 11일 기준 정유사 평균 공급가격보다 각각 109원, 218원, 408원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도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 업계의 손실 부담을 공식화한 바 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26일 "최고가격제는 시장가격과 최고가격 간 격차를 누가 어떻게 분담할지가 핵심"이라며 "유류세 인하와 재정 지원을 통해 일부 부담을 분담하되 정유사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달 정유 업계 전망 지표도 일제히 '악화'를 가리키는 가운데 향후 원가 압박은 보다 강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석유정제·코크스업의 업황전망 BSI는 전월(77)대비 5.2% 떨어진 73을 기록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원자재구입가격전망 BSI는 전월 100에서 146으로 46.0% 급등한 반면, 제품판매가격전망 BSI는 92에서 123으로 33.7%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달 채산성전망 BSI는 88에서 77로 12.5% 하락했다.
문제는 원가 부담 증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원유시설을 타격할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다.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당일인 지난 2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 대비 11.41% 오른 배럴당 111.54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6월물도 7.78% 상승한 배럴당 109.0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오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리터당 1931원대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가는 2498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으로 지난달 27일부터 국제가격 상승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국내 수급 문제가 발생한 나프타에 대해서는 수출 제한 조치도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 전망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정책에 따른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소 석유정책실장은 "석유제품은 반도체, 자동차, 기계, 철강과 함께 상위 5대 수출 품목 중 하나"라며 "현재 단가가 좋지만 물량 제약으로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가격제는 내수 가격에 상한을 두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유사의 이익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이 같은 부담이 4월에도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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