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에 26.2조 긴급 추경…취약계층·기업 '선별·차등 지원' 방점

환율·유가 급등에 긴급처방…초과세수 등 활용해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충당
고유가 피해지원금·최고가격제 시행…피해 기업 정책금융·청년 일자리 지원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진 3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가격표가 표시돼 있다. 2026.3.30 ⓒ 뉴스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중동전쟁 발발 한 달 만인 31일,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현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달러·원 환율은 1500원 선을 넘어섰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등 고물가와 산업 피해가 현실화됐다.

이에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 지원 대신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과 수출 및 물류 피해 기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선별적·차등 지원 방식'을 택했다.

이번 추경안은 크게 고유가 부담 완화,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대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원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을 활용해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충당한다.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1조 원 배정…소득 하위 70% 차등 지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고유가 부담 완화다. 전체 추경액의 약 40%에 달하는 10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차질 없는 추진 등을 위해 5조 원을 투입하고,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4조 8000억 원을 편성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보편적 재난지원금 형태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예산당국은 재정 여력을 고려해 소득 하위 70%로 대상을 좁히되 취약계층과 지방 거주자에게 더 많은 금액이 가도록 설계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브리핑에서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나 경기 둔화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고소득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방어에 2.6조 원 투입

중동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수출 및 물류 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도 추경의 핵심 축이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에 2조 6000억 원이 배정됐다.

해운과 물류비용 상승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정부는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7조 1000억 원 규모의 수출 정책금융을 긴급 공급한다.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도 기존 7000개 사에서 1만 4000개 사로 배 이상 늘려 물류 애로를 해소한다.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한 공급망 방어망도 구축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응해 수입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데 5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후 추가 소요분은 목적예비비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브리핑에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할 우리 기업들도 원유와 핵심 원자재 수급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큰 난관에 봉착했다"며 "지금은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전쟁 위기극복을 위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3.31/뉴스1 ⓒ 뉴스1 김기남 기자
민생·청년 지원에 2.8조 원 편성…추경 목적성 지적도

취약계층의 민생 안정과 청년 지원에는 2조 8000억 원을 투입한다. 저소득층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드림센터를 300개소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을 추가 공급한다.

또한 유망 창업가를 돕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4000억 원)와 쉬었음 청년을 위한 'K-뉴딜 아카데미' 등 일자리 사업도 신설한다. 지방재정 보강을 위해서는 교부세 등 9조 4000억 원을 자동 증액한다.

다만 청년 일자리나 문화 산업 육성, AI(인공지능) 대전환 관련 예산 등이 '중동전쟁 발발에 따른 긴급 처방'이라는 이번 추경의 본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 있는 위기 앞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모두 일자리·내수 경기 활성화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