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 KDI 원장 "단기 부양책 조심해야…창의성 중심 '진짜 성장' 절실"
30년 성장 추락·트럼프 관세·AI(인공지능) 등 '3대 충격' 직면
제로성장 경고…"모방형 교육 벗어나 '아이디어 뱅크' 키워야"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우리나라 경제가 30년간 이어진 장기 성장률 하락과 대외 불확실성 증폭으로 '제로 성장'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경계하고, 근로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진짜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계층의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10일 세종 KDI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우리 경제는 장기 성장률 하락,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통상 환경의 변화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제로성장 위기, 정점에 선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원장은 한국 경제가 거대한 대외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챗GPT에서 딥시크(Deepseek)로 이어지는 인공지능(AI)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충격, 그리고 중국의 매서운 기술 진보 충격을 '3대 충격'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인 미봉책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기적인 부양용 재정정책은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장기 성장의 기반을 다시 마련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추락하는 장기성장률을 반등시킬 핵심 열쇠로는 '인적자본의 혁신'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현재 초·중·고교와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모방형 인적자본'을 양성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근로자 개개인을 창의적 발명가로 만드는 '아이디어 뱅크' 육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기업과 정부가 도입할 수 있는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나아가 김 원장은 이렇게 창출된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정당하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원장은 "국민 누구나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등록해 재산권을 보장받고,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중동사태가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올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며 "얼마나 확산할지, 얼마나 장기화할지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최근 환율 변동성에 대해 "단기적인 환율의 변화를 학자 입장에서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해 온 것에 맞춰 원화 가치 역시 장기적으로 하락(환율 상승)하는 흐름은 일반적인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가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의미다.
김 원장은 "KDI는 앞으로도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정책 연구를 통해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겠다"며 "우리 경제가 단기 처방을 넘어 진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데 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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