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해소 열쇠 될까…산업용 전기 '지역 차등 요금제' 승부수
정부, 지역별 최대 10% 격차 설계 속도…전력구입비 절감 유도
관건은 다소비 기업 유인…39조 적자 한전 재무 개선 성패 달려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우선 적용하기로 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수익 구조에 중대한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제도 도입은 전력 구매단가를 낮춰 재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대형 산업 수요처 이탈을 막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득과 실'이 엇갈린다는 평가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과 송전 제약을 반영해 전력 구매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세부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 단일 가격 체계라 수도권 송전 혼잡비용이 발생해도 발전사들은 동일 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면 비수도권 전력을 더 낮은 가격에 조달할 수 있어 한전이 부담해 온 초과 비용이 줄어든다.
향후 송전망 확충까지 이뤄질 경우 저가 전력이 수도권으로 원활히 이동해 전체 구매단가가 내려가고, 이는 곧 전력구입비 절감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역요금제를 통해 산업용 요금 부담 우려를 완화하고, 지방 이전 유인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전남 신안군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한다고 가정할 때 전기요금을 얼마나 차등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kWh당 10~20원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력 다소비 기업 입지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송전비 비용 등을 반영해 발전시설과 가까운 지역은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발전시설은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는 만큼 지역의 산업용 전기료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구상은 발전소 인근 지역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낮 시간대 요금을 인하해 태양광 발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할 경우 발전소 거리에 따라 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10~20원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1kWh당 180∼185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리에 따라 10% 안팎 요금 차이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또 저녁과 밤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낮 시간대 요금은 인하하는 방안을 1분기(1~3월)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태양광 발전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산업계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전기를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밤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 시간대보다 35∼50% 저렴하다.
정책 효과의 핵심은 '기업 유지'다. 산업용 전력 판매수입이 한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대형 수요처 이탈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 추산에 따르면 올해 한전 매출은 약 97조 원인데, 지난해 한전의 산업용 판매수입만 50조 9712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 요금 체계 하에서 다소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전력 직접구매(전력 직구, PPA)로 쏠리는 추세다. 지난해 6월 LG화학이 전력 직구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약 20개 기업이 직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고객사들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한전이 현재 직면한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은 지난해 2021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도 요금 동결 정책을 수행하면서 누적 적자가 39조 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전력망 투자 확대, 에너지 전환 비용 증가, 직구 확산 등 구조적 부담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별 요금 인하가 산업 지원 정책으로만 작동하면 비용 부담이 다시 한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안전장치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전력 구매비용 절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현실화하더라도, 재정 보완책 없이 요금 인하만 추진될 경우 과거와 같은 적자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정책과 동시에 재정 지원이나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며 "기업 유치와 재무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오는 26일쯤 지난해 연간 영업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증권사에서는 한전이 지난해 연결 기준 1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올라 기업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한전의 이익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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