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결과 요구, 우린 절차 설명"…카드 없는 '빈손 방미' 속앓이
美관세 인상 압박 속, 외교·통상 라인 방미에도 실질적 성과 없어
국회 입법 정체에 막혀 협상 카드 제한…관료들 '시간 벌기' 역할만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미국은 '결과'를 묻는데, 한국은 '절차'만 설명하고 온 셈이다. 국회의 입법 정체에 막혀 들고갈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다보니 예상된 결과이다.(통상 관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해 급파된 외교·통상 라인의 워싱턴 행렬이 카운터파트와의 면담 불발과 '빈손' 귀국으로 이어지며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강한 압박과 한국 국회의 입법 정체 사이에 끼여 사실상 쓸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없는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로 내몰린 정부로서는 속앓이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언 이후 미국 측 설득을 위해 지난달 29일 출국했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당초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여 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릭 스위처) USTR 부대표와 2시간여 동안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은 단시일 내 철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 채널 역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났지만, 회담 이후 미 측은 한미 간 관세 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한국에 대한 불만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30~31일 가장 먼저 미국을 찾았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난 뒤 "미국 측의 관세 인상 의도에 대해 상호 이해를 제고하고 절충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협의가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빈손 방미' 사례는 정부 관료들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 관련 입법 및 이행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정작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결정권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에 있다.
이 때문에 통상 당국자들은 미국의 압박과 국내 정치 현실 사이에서 사실상 활용 가능한 협상 카드 없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설득은 해야 하지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인 셈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하더라도 국회 입법이 뒤따르지 않는 한 협상 자체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의 부담만 쌓인다는 지적이다.
만약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산업 전반과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제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결과를 요구하는데 우리는 절차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협의 의지나 외교력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의사결정 구조의 정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료들은 한미 양측을 오가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고,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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