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꺾인 달러, 1420원대…'관세 위협'보다 '협상 전술' 무게
"관세 압박은 협상 도구" 경계심 완화…한은 "과거 대비 충격 제한적"
美재무 '강달러' 발언에도 '비둘기파 연준 의장' 지명설 등 약달러 베팅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문제와 관련해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달러 약세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도 1420~1430원대로 하락하며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즉각적인 정책 충격보다는 협상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원화 강세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강달러 정책' 재확인 등 환율 상방 요인도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달러·원 환율은 과거처럼 급등하지 않고 제한적인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하향 안정화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3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의 원화 강세 분석에 따르면 "시장은 이 분쟁(관세 협상)을 즉각적인 정책 충격보다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한국에 대한 관세 위협을 재차 언급하며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이튿날인 28일 "워싱턴이 서울과 무언가를 해결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단기 압력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 역시 이번 관세 관련 불안을 단기적인 이슈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관세 불안에 따른 성장률 타격을 연구했던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충격의 지속성이나 강도,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 모두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며 "정부가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이번 발언을 일시적 이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관세 협상 안정 기대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통화 하락과 관련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너무 많이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언급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발언 이후 달러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96선 부근까지 내려왔다. 29일에는 96.6을 기록하며 하락 흐름이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이후 다시 0.3%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를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난 28일 달러·원 환율은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일(1446.25원)보다 23.8원(1.65%) 하락한 1422.45원을 기록했다.
이는 원화 기준으로 약 3개월 만에 가장 강한 수준이다.
미 외환 당국의 엔화 개입 가능성 부인과 '강달러 정책' 언급 등 환율 상승 요인도 일부 나타났지만, 달러·원 환율은 과거처럼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지는 않았다.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재료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방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엔화를 강세로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미국은 항상 강달러 정책을 고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건전한 정책을 펴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무역적자가 줄어들며,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가 달러 약세에 대해 비교적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의 발언 이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4% 상승해 전날 기록한 하락폭(-1.2%)의 일부를 상쇄했고,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4엔대 초반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달러 반등 재료에도 불구하고 29일 달러·원 환율은 외환시장 종가 기준 1426.3원에 그치며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원화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정책결정문은 매파적으로 해석되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회의 결과 자체가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 시선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차기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비둘기파 성향으로 평가되면서, 달러 약세와 이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력 후보인 릭 리더가 지명될 경우 달러화의 약세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대외적인 달러 약세 압력이 상당한 만큼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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