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숨 고르기'…차기 연준 의장 변수에 환율 안정 '무게'
美 성장 판단 '견조함'으로 상향…고용 우려 문구는 삭제
'비둘기' 릭 리더 부상에 달러 힘 빠지나…1400원대 초반 전망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나 달러·원 환율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시장의 시선은 금리 결정 그 자체보다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릭 리더(Rick Rieder) 블랙록 글로벌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을 띠고 있어, 달러화 약세와 이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은 29일(한국시간) 새벽 종료된 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정책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동결은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에 따라 금리 결정 직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금융시장은 이번 주 내로 윤곽이 드러날 '포스트 파월'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이후를 이끌 차기 의장을 조만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경제 활동에 대한 평가를 기존 '완만함(moderate)'에서 '견조함(solid)'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었다. 지난 세 차례 회의 성명에 포함됐던 "최근 몇 달간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는 문구가 이번에는 사라졌다. 대신 실업률에 대해 "일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새롭게 추가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그간의 보험성 인하를 통해 경기 하방 위험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번 회의는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지 않았고 경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연준은 물가에 대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존 평가를 고수했다. 이는 최근의 경제 지표 호조와 맞물려 당분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인하 목소리가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p)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월러 이사의 소수의견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서 유의해야 할 변수"라며 "시장에서는 이를 연준의 정치적 환경 변화, 이른바 '연준의 트럼프화'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연준이 '경기 자신감'을 보이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음에도, 외환시장은 차기 의장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릭 리더 블랙록 CIO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의 정치 베팅 사이트 칼시(Kalshi) 등에서 릭 리더의 지명 확률은 40%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리더 CIO의 성향이다. 그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사로 분류된다. 그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맛에 맞춰 더욱 완화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달러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아지거나 유동성이 풀리면 해당 통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베팅에서 릭 리더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차기 의장이 선출된 권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파월 의장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의장 지명 변수와 최근의 대외 환경이 맞물려 당분간 달러 약세,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 번복에 따른 정책 신뢰도 저하와 미 재무부의 '환율 체크(Rate Check)' 등이 전반적으로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력 후보인 릭 리더가 지명될 경우 달러화의 약세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대외적인 달러 약세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FOMC 회의 이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 후임 연준의장 지명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미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대내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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