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수 없는 노후"…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60대 이상'

자영업 감소세 속 고령층만 급증…82%가 고용원 없는 생계형
연금만으론 생계 막막…운수·음식·부동산 '저수익 업종' 쏠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고령층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국내 자영업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 속에서도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나 홀로 급증하며 210만 명을 돌파했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진입 장벽이 낮은 운수업과 음식업 등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의 시간당 매출은 30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고령 자영업의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자영업은 '축소', 고령층은 '급증'…고령층 82% 나홀로 생계형

25일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216만 4885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142만여 명)과 비교하면 무려 1.5배나 불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전체 자영업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고령층만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2023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하며 지난해 562만 명까지 줄었지만, 고령층 유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영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환갑을 넘긴 고령층인 셈이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열악한 '나 홀로' 형태였다. 전체의 82.3%(178만 3115명)가 직원을 두지 않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집계됐다.

서울 종로3가 먹자골목이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운수·음식·부동산에 쏠린 노후…진입 장벽 낮은 업종 밀집

특히 고령층은 특별한 기술이나 대규모 설비 없이도 진입이 용이한 이른바 '저부가가치 생계형' 업종으로 몰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운수 및 창고업이다. 지난해 이 분야에 종사하는 고령 자영업자는 29만 8331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57.6% 급증했다. 은퇴 후 택시나 화물차 운전 등을 선택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층의 대표적 창업 아이템인 숙박 및 음식점업의 유입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해 11만 4432명을 기록하며 2015년 대비 72.1% 급증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점과 맞물려 식당이나 치킨집 창업이 노후 대책의 주된 수단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부동산업도 두드러진다. 부동산업에 뛰어든 고령 자영업자는 10년 새 186.2%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퇴 이후에도 비교적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령층 유입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해도 가난한 노후…시간당 매출, 30대의 '반토막'

하지만 이들의 경제적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은퇴 후 자영업을 택한 고령 근로자의 46%는 월평균 79만 원 수준의 연금을 수령하면서도 생활비가 모자라 근로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이의 격차도 상당하다. 70대 이상 자영업자의 시간당 매출액은 1만 4000원으로, 40대(2만 7000원)나 30대(2만 6000원)의 약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령층이 자영업 시장의 양적 팽창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소득 창출 능력은 가장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고령층이 생존을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만큼, 정년 연장 논의와 더불어 이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등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