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 성장, 반도체 사이클이 관건"…재정 역할엔 '신중론'
[2026 경제정책]확장재정 기대 속 "물가·환율 관리 필수"…반도체·車 성장 견인
AI 펀드·지방 산단, 방향성 공감하나 "선택과 집중·인프라 선행돼야"
- 전민 기자, 임용우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이강 기자 =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2.0% 성장 목표에 대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성장의 주요 동력은 정부의 재정 정책보다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업황 회복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피지컬 AI' 육성과 '지방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정부가 제시한 핵심 과제들에 대해서는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과 정교한 세부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이날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2.0% 달성과 잠재성장률 3%대 복귀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727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총수요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경기 반등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전략으로는 2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피지컬 AI'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RE100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법인세를 10년간 100% 감면해 주는 혜택을 내걸었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성장은 민간 산업,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업황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투입으로 성장을 견인하려는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2.0% 성장 전망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호조에 기인한 것"이라며 "재정이 도움이 되겠지만 성장 핵심 동력은 민간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재정보다는 반도체 경기에 우리나라 성장률이 달려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꺾이지 않는 이상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예산에서 R&D(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난 만큼 마중물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결국 성장은 반도체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정책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한시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은 필요하다"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려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환율 관리가 핵심 변수로 꼽혔다. 강성진 교수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더라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환율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식 교수 역시 "환율이 급등할 경우 물가 목표치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통한 피지컬 AI 육성 전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조언이 엇갈렸다.
안동현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거대언어모델(LLM)보다는 로봇과 하드웨어가 결합된 피지컬 AI로 방향을 잡은 것은 적절하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옳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세은 교수도 "우리나라 로봇 기술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국가 주도로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분야"라며 "단기간 내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찾긴 어렵더라도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성진 교수는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플레이어로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전력망 구축 등 지원자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지방 소멸 대응책으로 추진 중인 'RE100 산단 조성'과 '법인세 10년 감면'에 대해서는 기업 유인을 위한 인프라와 정주 여건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안동현 교수는 "지자체 지원 단위를 세분화하기보다 거점 도시를 육성해 인프라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도로망 확충 등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기업 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세진 교수는 "기업의 입지 결정에는 세금뿐만 아니라 인력 수급과 규제 환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노동·환경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세은 교수는 세제 혜택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RE100 산단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법인세 감면은 이를 상쇄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인프라 조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일부 인센티브만 노린 기업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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