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송비 내주고 기부품은 '증발'…정부, 농협 비위 2건 수사의뢰

농협 특별감사 중간 발표…무이자자금 13조, 18개 조합에 집중 지원
65건 감사 확인·38건 추가 진행…1월 중 농협개혁추진단 구성 예정

농협중앙회 전경. (농협 제공)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농협이 임직원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비를 공금으로 대신 지급하고, 회원조합을 통해 전달된 기부물품의 실제 수령자를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관리한 정황이 정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동시에 겨냥한 특별감사가 본격화하면서, 조직 전반의 방만 운영과 구조적 비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 브리핑을 열고,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 2건을 지난 5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은 중앙회 임직원의 형사사건 관련 변호사비 지급 의혹과 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이다. 농식품부는 추가 증거 확보와 형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수사를 결정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변호사비 대납·재단 임직원 배임 등 2건 수사 의뢰…총 65건 비위 정황 확인

이번 특별감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반복 제기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을 계기로 추진됐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중앙회와 재단에 감사장을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 6인을 포함한 총 26명이 투입됐다. 감사 기간 동안 농식품부는 매주 감사 추진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정보 공유와 교차 점검을 병행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감사 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자금·경비 집행과 관리 부적정 사례가 대거 확인됐다. 우선 중앙회가 회원조합에 지원한 무이자자금은 일부 특정 조합에만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무이자자금 총액은 13조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원 증가했지만, 전체 1100여 개 조합 가운데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18개 '이사조합'에 편중 지원됐다.

또한 중앙회장의 해외출장 시 공금 낭비 사례도 확인됐다. 중앙회장은 해외 숙박비 1박당 250달러 상한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지만, 최근 5차례 출장에서 모두 상한을 초과하여 총 4000만 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장은 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 대상인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절차 위반과 관리 부실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중앙회는 임직원의 범죄 행위 관련 고발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재단 또한 회원조합을 통해 기부물품을 전달하면서, 실제 수령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안은 모두 65건으로, 중앙회 43건, 재단 22건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사안에 대한 확인서를 징구했으며, 사전 통지와 이의제기, 재심의 절차를 거쳐 이달 중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개막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과도한 임원 특혜, 비위 행위 등 38건도 추가 확인 중

방만 경영과 임원 특혜 등 38건에 대한 추가 감사도 진행 중이다. 부정·금품 선거 관련 문제는 추가 감사를 통해 수사 의뢰나 시정명령 등의 조치가 검토된다.

중앙회장의 과도한 특혜도 감사 대상이다. 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중앙회에서 연간 약 3억 9000만 원의 실비·수당을 받고, 농민신문사에서 3억 원 이상 연봉과 퇴직금을 수령했다. 전임 회장은 농민신문사 퇴직금으로 4억 2000만 원을 받았고, 여기에 중앙회 퇴직공로금 3억 2300만 원을 추가로 수령했다.

임원들이 제한 없이 집행한 직상금도 점검 대상이다. 직상금은 업적 우수 등을 이유로 지급되는 포상금으로, 2024년 중앙회장은 10억 8400만 원, 전무이사 1억 8300만 원, 감사위원장 2900만 원을 받았다.

조합원과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복지성 지출도 감사 대상이다. 중앙회는 신임 이사에게 태블릿PC를 포상비로 지급했으나, 중앙회 자산으로 등록하지 않고 개인 소유로 처리했다. 퇴임 시 전별금과 여행상품권, 순금 기념품 등도 별도로 지급됐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1인당 220만 원 상당 휴대전화를 지급했으며, 총액은 23억 4600만 원에 달했다. 조달 과정 역시 제조·판매사를 통한 공개 구매가 아닌 농협경제지주와의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익명제보센터를 통해 접수됐으나 현장 확인이 어려워 특별감사에서 제외된 회원조합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의 특정 감사를 신속히 실시할 계획이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 News1 김기남 기자
1월 중 농협개혁추진단 구성…추가입법·범정부 합동감사 검토

농식품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농협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는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외부회계 감사 주기 단축(4년→1~2년), 도농상생사업비 신설 등이 포함됐다.

추가 개정안으로는 중앙회와 회원조합 인사·운영 투명성 강화, 내부 감사 기능 정상화, 정부 관리·감독권 강화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1월 중 농업계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한다. 추진단은 감사로 드러난 제도 개선 과제, 중앙회 운영 공개 확대, 도시조합 경제사업 강화,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추가 감사와 회원조합 특정 감사를 통해 반복되는 비위를 근절하고, 농협이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