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장이 보낸 신호, 정부는 이제 '답'을 안다

(서울=뉴스1) 국종환 경제부 부장 = 새해를 맞는 마음은 늘 같다.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는 태평성대(太平聖代)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해의 경제 성과를 돌아보면, 그 해법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의외로 분명하다. 시장을 움직인 동력은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이는 규제의 기제가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인센티브, 즉 '보상의 설계'였다.
이러한 시장의 생리를 간과해 가장 고전했던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이재명 정부 출범 첫해를 관통하는 가장 뼈아픈 난제이자 정책 시험대였다. 정권 초반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규제의 빈틈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기록적인 집값 상승률을 연출했다. 20여 차례 규제를 쏟아붓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데자뷔였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도 "집값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수요를 죄는 규제가 아니라, 공급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규제는 거래를 얼릴 뿐 가격을 내리지 못한다. 언제, 어디에, 어떤 양질의 주택이 들어서는지에 대한 명확한 공급 시그널이 있을 때 시장은 스스로 안정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1월 중순으로 예고된 공급 대책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선택이다. 부동산 정책의 교훈은 명확하다. 통제는 일시적이지만, 공급은 구조를 바꾼다.
환율 역시 같은 공식으로 움직였다. 고환율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구두개입과 국민연금을 동원해 방어에 나섰지만,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1500원선에 육박했다. 단기적이고 행정적인 대응으로는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상황을 바꾼 것은 방향 전환이었다. 외국 주식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공개되자, 환율은 빠르게 1400원 초중반대로 내려왔다. 자본은 감성적인 호소가 아니라 객관적인 기대수익에 반응한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환율은 안정의 실마리를 찾았다.
물가 관리에서도 '억제'가 아닌 '유인'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품목의 가격을 강제로 누르는 방식은 공급자의 생산 의욕을 꺾고, 결국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물만 줄어드는 기형적 안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유통 구조 혁신에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 원가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은 공급 측의 자발적 비용 절감을 유도한다.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비용을 낮추면 보상이 따른다는 신호가 훨씬 강력한 물가 억제력을 발휘한다.
성장률 제고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30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업의 시선은 여전히 규제가 덜한 해외로 향해 있다. 기업에 투자는 명령의 대상이 아니라 이윤을 좇는 치밀한 선택이다.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자본은 떠난다.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고, 국내 투자 시 가업 승계의 문턱을 낮춰주는 등 '자본 밸류업 인센티브'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읍소가 아니라, 머무를 이유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다. 기업과 자본이 국내에 남아야 0%대 잠재성장률의 늪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의 극적 타결 과정 역시 시사점이 크다.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의 경쟁력과 정부의 협상력이 하나로 결집됐을 때, 국익은 배가됐다. 민간의 힘을 억누르는 대신 끌어안았을 때 나타난 시너지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해의 성과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은 규제의 강도보다 정책의 방향에 반응한다. 막아세우는 정책보다, 움직일 이유를 제시하는 정책이 강하다. 새해를 여는 지금, 정부가 선택해야 할 언어는 '금지'가 아니라 '기회'다. 태평성대는 정부의 일방향적인 명령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시장이 스스로 부(富)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보상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재도약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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