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2.1%↑, '생활물가 부담'은 여전…정부 "괴리 해소 노력"(종합2보)
연초 정부 전망치 1.8%는 0.3%p 웃돌아…외식·가공식품 3%대 상승
정부 "물가 안정 목표 근접…내년 체감물가 안정 총력"
- 전민 기자, 임용우 기자,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심서현 기자 =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2.1% 오르며 5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연초 정부가 제시했던 경제정책방향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1.8%보다는 0.3%포인트(p)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체적인 지표는 둔화 흐름을 보였으나, 가공식품과 외식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물가는 3%대 상승률을 기록해 통계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3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정부는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안정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체감물가와의 괴리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61(2020=100)로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20년(0.5%) 이후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를 기록한 뒤 올해 2.1%로 둔화했다. 이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올해 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했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 1.8%를 0.3%p 웃도는 수치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보다도 소폭 높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22년과 2023년 급등했던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전체 지표는 안정세를 찾았지만, 세부 품목을 뜯어보면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했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올랐다. 특히 식품은 3.2%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이 3.6% 올랐고, 개인서비스 중 외식 물가도 3.1% 상승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나란히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을 가중했다.
농축수산물은 2.4% 상승했다. 농산물은 보합(0.0%)을 기록했으나 축산물(4.8%)과 수산물(5.9%)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귤(18.2%), 고등어(10.3%), 쌀(7.7%), 돼지고기(6.3%) 등이 크게 올랐다. 반면 감(-22.4%), 파(-16.9%), 토마토(-13.9%) 등은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은 2.4% 상승하며 3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석유류는 2022년 22.2% 급등한 뒤 2023년(-11.1%)과 2024년(-1.1%)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심의관은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79.6달러에서 올해 69.5달러로 하락했지만,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364원에서 1422원으로 상승하고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는 2.2% 올랐다. 집세(0.8%)와 공공서비스(0.8%)는 0%대 상승에 그쳤으나, 개인서비스가 3.1% 오르며 전체 서비스 물가를 견인했다. 특히 보험서비스료(16.0%),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오름폭이 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2.2% 올랐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9% 상승했다.
정부는 이번 물가 실적에 대해 연간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한 '안정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연간 물가 안정 목표 2.0% 대비 실적은 2.1%를 달성했다"며 "연간 흐름으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표상 물가는 안정됐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계 산정 방식의 차이와 일부 품목의 가격 등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감 물가는 과거부터 계속 누적된 수치가 반영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비로 산정하기 때문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품목의 가격 등락이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품목별 변동 요인을 파악해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선제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 9월(2.1%) 이후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다.
12월 물가 상승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주도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6.1% 오르며 지난 2월(6.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환율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탓이다.
이 심의관은 "지난달과 비교해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환율이 1450원대에서 1470원대로 오르면서 석유류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농축수산물은 4.1% 올랐다. 채소류(-5.1%)는 하락했지만 쌀(18.2%), 사과(19.6%) 등 농산물(2.9%)과 돼지고기(4.4%) 등 축산물(5.1%), 고등어(11.1%) 등 수산물(6.2%)이 일제히 상승했다. 토마토(-20.6%), 당근(-48.6%), 무(-30.0%)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크게 내렸다.
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2.5%, 석유류는 6.1% 각각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2.3% 상승했다. 집세 0.9%, 공공서비스 1.4%, 개인서비스 2.9% 각각 상승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3%를 각각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8%, 신선식품지수는 1.8% 올랐다.
국가데이터처는 내년 물가 흐름에 대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심의관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내년 물가는 2%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환율 변동성과 국제 유가 흐름 등 대외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의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긍정적 요인으로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하락 추세는 물가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에도 체감물가 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겨울철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내년에도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먹거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가격과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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