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다이소 등 납품대금 30일내 지급해야…공정위, 법정기한 '절반' 단축
티메프 사태 후속 조치…직매입 60일→30일, 특약매입 40일→20일
실태조사서 꼼수 적발…평균 20일이면 주는데 쿠팡·컬리 등 법정 상한 채워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법정 기한을 현행보다 절반 수준으로 대폭 단축한다. 업계 평균 지급일은 20일 안팎이지만, 일부 거대 유통사들이 법정 기한을 꽉 채워 대금을 지급하며 이자 수익을 챙기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 지급기한 개선 방안을 28일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법정 대금 지급 기한은 현행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는 현행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다만 거래 관행을 고려해 예외를 뒀다. 유통업계 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월 1회 정산' 방식의 경우 마감일로부터 20일 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월 한 달간 납품된 물건값을 1월 말일에 정산해 2월 20일까지 지급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한 단축이 유통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유통업체의 구매, 세금계산서 발행, 대금 확정 등 내부 정산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분석한 결과 최대 20일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금계산서 발행에 10일, 비용 상계 및 내부 결재 등 실무 절차에 영업일 기준 평균 5.9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일은 실행 가능한 기한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특약매입이나 위수탁 거래는 유통업체가 판매대금을 받아 수수료를 뗀 뒤 납품업체에 건네는 구조여서 대금을 장기간 보유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정부가 법 개정이라는 칼을 빼 든 배경에는 일부 대형 유통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자리 잡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2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규정하는 대규모 유통업체 132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업체들의 평균 대금 지급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임대을 20.4일이다. 이는 법에서 규정하는 대금 지급기한(직매입 60일, 특약매입 등 40일)보다 훨씬 짧은 수준이다.
문제는 수시·다회 정산 방식을 쓰면서도 고의로 지급을 늦추는 일부 업체다. 조사 결과 수시 정산 업체의 평균 지급 소요 기간은 20.9일에 불과했지만, 9개 업체는 50일 넘게 대금을 묶어뒀다.
주요 업체별 평균 지급 소요 기간을 보면 △영풍문고(65.1일) △다이소(59.1일) △컬리(54.6일) △M춘천점·메가마트(54.5일) △쿠팡(52.3일) △전자랜드(52.0일) △홈플러스(46.2일) 순으로 정산 주기가 길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자금 사정이 넉넉함에도 이자 수익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법정 상한까지 지급을 미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정책관은 "쿠팡 등의 경우 과거에는 50일 이내에 지급하다가 2011년 법정 상한이 60일로 정해지자 특별한 사유 없이 이에 맞춰 지급일을 늦췄다"며 "사실상 납품대금으로 '이자 놀이'를 하는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대금 지급 기한을 어길 경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해 제재할 방침이다. 다만 유통업체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납품업체의 채권에 가압류가 걸려 지급이 불가능하거나, 납품업체와 연락이 두절되는 등 대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년 초 발의할 계획이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유통업체들이 정산 시스템을 개편하고 자금 운용 계획을 수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한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