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카드로, 현금은 장롱에"…개인 현금 보유액 4년새 48% 늘어

한은 '2025년 화폐사용현황'…월평균 현금지출 32만 원으로 '뚝'
"현금 없는 사회 실현 가능성 낮아"…취약계층 소외·비상시 곤란 우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5.2.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의 현금 사용액은 줄어든 반면, 집이나 사무실에 보관하는 현금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해 비상용 현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 종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개인의 월평균 현금 지출액은 32만 4000원으로 지난 2021년(50만 6000원)보다 18만 2000원(36.0%)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7.4%로 2021년(21.6%)보다 4.2%포인트(p) 하락했다.

기업의 현금 사용 감소 폭은 더 컸다. 기업의 월평균 현금 지출액은 112만 7000원으로 2021년(911만 7000원) 대비 800만 원 가까이 급감했다. 전체 기업 지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든 것과 달리 '장롱 속 현금'으로 불리는 현금 보유 규모는 개인과 기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인의 현금 보유액은 평균 64만 4000원으로 2021년(43만 6000원)보다 47.7%(20만 8000원) 늘었다. 지갑 속에 넣어 다니는 '거래용 현금'은 10만 3000원이었지만, 집 등에 보관하는 '예비용 현금'이 54만 1000원에 달했다. 특히 예비용 현금은 2021년(35만 4000원)보다 50% 넘게 급증했다.

(한국은행 제공)

기업의 평균 현금 보유액 역시 977만 8000원으로 2021년(469만 5000원) 대비 108.3%(508만 3000원) 급증하며 두 배 수준이 됐다.

한은은 현금 보유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금리 하락으로 현금 보유 기회비용이 낮아진 데다 경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시를 대비한 유동성 확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은 현금 보유 증가 이유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비상시 대비'(36.3%)를 1순위로 꼽았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향후 현금이 사라질 가능성에 대해 '낮다'고 응답한 비중은 84.1%에 달해 대다수 국민은 현금의 존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거래 불편'(39.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통신장애 등 비상시 경제활동 곤란'(22.2%)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따라 현금 없는 사회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45.8%로 찬성(17.7%)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업 역시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해 반대(29.0%)가 찬성(16.3%)보다 우세했다. 기업들은 금융 취약계층의 거래 불편(53.9%)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소비자가 현금과 비현금 지급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현금사용선택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59.1%로 2022년(49.6%)보다 크게 상승했다. 최근 1년간 매장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중은 5.9%로 조사됐다. 현금 결제를 거부한 곳은 주로 프랜차이즈 매장(56.2%)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40.5%)이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