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국내 컴백 양도세 감면…"실효성 부족" vs "복귀 효과"

연이은 대책에도 환율 상승세에 정부, 경고성 메시지…환율 33원↓
전문가들 "美 금리와 격차에 환율 상승…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2025.12.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달러·원 환율 1500원 진입을 막기 위해 서학개미를 대상으로 국내 복귀 때 양도소득세 감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환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등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수익을 올린 일부 해외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달러 유출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투자 1년 유지 등의 제약요인이 많아 유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유인 약하다" vs "복귀 효과"…전문가 평가 엇갈려

25일 관계부처와 학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과 관련해 직접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만큼 해외 투자자 일부가 국내 시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전날 서학개미의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세제지원,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환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이 담긴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것이 골자다.

최대 5000만 원의 매도 금액을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되,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한다. 내년 1분기에 국내로 복귀하면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의 세액 감면 혜택을 준다.

또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고,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을 위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면서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며 "서학개미들한테 세금을 감면하면 일부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으로 바꿔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투자로의 유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세제 감면 대책을 계기로 일부 개인투자자가 국내 투자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과 단기적인 대책에 그칠 뿐 환율 흐름을 바꿀 만큼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투자하고 있다. 이는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주식을 팔아서 국내 주식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해야만 한다면,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르게 되면 환차익으로 인해 오히려 돈을 버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조건부 양도세 감면인 만큼 유인 효과가 작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의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등 정보가 나오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환헤지·스와프에도 약발 없던 환율에 정부, 고강도 개입

정부의 이번 양도세 감면 대책은 수차례 대책에도 달러·원 환율이 148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의 환율 상황이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규모 때문이라는 지적에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세수를 줄여서라도 달러 공급을 늘려보겠다는 취지다.

그간 정부는 환율 급등 국면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확대와 외환스와프 연장으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신호를 보냈고, 기업들에는 환헤지 강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정부가 양도세 초강수를 꺼내든 셈이다.

이와 함께 외환당국은 전날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는 금융위기 때 "필요하면 확실히 개입하겠다. 정부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갖지 말라"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보다도 강도가 높았다.

구두개입과 정부 대책 발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까지 펼쳐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보다 33.8원 떨어진 1449.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만에 환율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3년여 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조율하고 조정해 온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것"이라며 "원화가 앞으로도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음을 시장참여자들이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향후 과제는 美 금리와 격차…"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전문가들은 환율 흐름을 바꾸기 위해 미국 기준금리와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서 자본 유출 압력이 누적됐고, 이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태봉 교수는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태로 꽤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환율이 올라간 것"이라며 "환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환율 불안은 한미 양국의 금리 격차 때문"이라며 "양도세 인하를 꺼낸 정부 입장에서는 별다른 카드가 없는 만큼 금리를 높여 환율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에 비해 낮고, 수익성이 낮아 해외 투자로 사람이 몰리는 것"이라며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 만큼 엔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엔 캐리 현상으로 인해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정책이 실패하면서 고환율 상황이 찾아온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와 한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부담을 키우고 소비와 투자를 줄여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거론한다.

김정식 교수는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전부 다 꺼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남은 환율 안정 카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뿐"이라고 설명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