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안정에도…오를 대로 오른 물가, 체감은 여전[2025경제결산]②
3년 누적 고물가에 체감 부담 가중…지표-민생 '괴리' 심화
1480원 고환율 수입물가 압박…환율 안정·공급망 개선 시급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내려앉으며 지표상으로는 2%대 안정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누적된 가격 상승분에 1480원대 고환율 쇼크가 더해지며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물가 상승 폭은 둔화됐으나, 이미 높아진 가격표가 실질 구매력을 억누르면서 '수치적 안정'과 '민생 부담' 사이의 간극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5%를 상회하던 2022년과 3.6%를 기록한 2023년에 비하면 표면적으로는 물가안정목표(2%)에 근접하며 진정세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의 하락이 물가 자체의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2022년 이후 매년 목표치를 웃돌며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상품 가격이 유지되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발 통화 완화와 러-우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일단락됐으나, 올해는 미국발 관세 정책과 환율 변동성이 새로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며 하방 경직성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괴리 원인을 구조적 요인에서 찾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58개 품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지만, 소비자는 구매 빈도가 높은 먹거리 가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2.4%)을 크게 웃돌았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주거비, 서비스, 신선식품 등 수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비교역재' 가격이 오를 때 체감 물가는 훨씬 가파르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교역재는 가격이 오르면 수입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지만, 비교역재는 그렇지 않다. 부동산, 의료서비스, 공공요금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들 품목은 해외 가격이 더 낮더라도 국내 소비를 대체하기 어렵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 역시 "국민은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 변화에 민감한데, 이들 품목의 지표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수치와 현장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체감 물가를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은 먹거리였다. 식품 물가 상승률은 연초부터 전체 소비자물가를 꾸준히 앞질렀다.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는 하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유독 많이 오르나"라고 질책하며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언급, 직접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식료품 가격은 최근 5년간 △2021년 4.7% △2022년 6.9% △2023년 5.6% △지난해 3.6% 오르며 소비자물가보다 매년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해 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소비자는 매주 구매하는 신선식품 가격에 따라 물가를 판단하는데, 이들 품목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오를 때의 충격이 상당해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고환율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반복된 이상 기후가 식품 가격을 자극해 온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물가 흐름을 결정지은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장중 1487원을 돌파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수입 물가를 자극했다.
강 교수는 "올해 물가에는 무엇보다 환율의 영향이 크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 역시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진다"며 "지금도 국제 유가가 낮은 수준임에도 환율 상승으로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환율이 물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환율 안정화와 유통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이 큰 농산물은 수입 확대를 통해 공급량을 늘리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농산물 유통 구조의 효율화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를 성장 둔화와 물가 압력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규정하며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실질 소득 감소를 막고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양 교수는 "단순한 가격 억제보다는 고물가 취약계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핀셋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변수를 항상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는 언제나 그래왔듯 종합적 요소를 고려해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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