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출 잡아라"…정부, 기업·개인·연금 '3대 환율 수급' 정조준
기업 유보금 국내 환류·서학개미 리스크·국민연금 환헤지 등 지목
전문가 "단기효과 있어도…펀더멘털·경영환경 개선 없이는 미봉책"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응해 '3대 과제'에 초점을 맞춰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수출 기업과 개인 투자자(서학개미), 국민연금 등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들의 자금 흐름을 전방위적으로 점검해 달러 유출과 수급 꼬임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8일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경제 주체별 해외 투자가 너무 활성화돼 있다 보니 (환율 상승) 부담이 최근 도드라져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대책으로 △기업의 해외 부문 이익 국내 환류 △개인의 해외 투자 리스크 점검 △국민연금의 환헤지 및 투자 비중 조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는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제어하고, 묶여 있는 달러를 국내로 유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첫 번째 과제인 '기업 이익의 국내 환류'는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 법인에 쌓아둔 달러나 수출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자금 송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최근 기업들이 환차익 기대 등으로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래깅)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에 자금 송환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비과세 혜택을 줘 수출기업의 자금송환을 유도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언급한 '개인 해외 투자 위험 점검'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서학개미'의 투자 열풍을 겨냥한 것이다.
김 실장이 "과도한 위험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투자를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투기적 수요나 특정 시간대(장 시작 직후)의 환전 쏠림 현상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외환당국이 주요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소집해 장 초반 대량 환전 시스템을 점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다.
마지막 과제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로 인한 외화유출 문제는 이미 국민연금과 기재부·한은 등 4차 협의체에서 '뉴 프레임워크' 구축을 목표로 논의 중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환율 급등 시 보유한 달러 자산을 매도(환헤지)해 시장 안정을 돕거나, 한국은행과의 외환 스와프를 통해 달러 조달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안 등을 포함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금의 기계적인 해외 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김 실장이 언급한 대로 국내·해외자산 비중 조절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실장은 고환율의 배경에 대해 "구조적 원인으로 미국 등 해외와 우리나라의 성장률과 금리 격차가 있었다"면서도 "국내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고 금리 차도 어느 정도 좁혀질 여건이 됐다"고 진단했다.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수급 여건이 안정된다면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진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급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펀더멘털 개선과 더불어 투자 매력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통화스와프 등은 외환의 공급을 늘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업·개인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기업의 경영 환경과 성장의 차이 때문"이라며 "국내 펀더멘털의 개선과 함께 노동 여건·세제·규제 등 경영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지 않는다면 자본 유출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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