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빚 갚고 주식 샀다"…외화예금 53억불↓ 1년 9개월래 최대 감소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 52.6억달러↓…2024년 1월 이후 가장 많이 줄어
달러화 51억달러 급감…기업들, 고환율 리스크 관리에 차입금 상환
- 전민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50억 달러 이상 급감하며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자 기업들이 달러 예금을 헐어 외화 부채(차입금)를 갚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서학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5년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18억 3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2억 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4년 1월(-57억 8000만 달러)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 예금은 856억 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0억 8000만 달러 급감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외화 차입금 상환에 나선 것이 주된 원인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지만,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던 달러 예금(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함으로써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상쇄(헤지)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공기업과 일부 기업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외화 차입금을 상환한 부분이 크다"며 "만기 도래뿐만 아니라, 고환율 상황에서 부채를 상환해 두는 것이 재무 관리상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도 한몫했다.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있던 달러를 인출하면서, 증권사가 은행에 맡겨둔 예탁금이 줄어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이 감소했고,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 자금 인출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엔화 예금은 86억 3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억 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일부 기업이 해외 기업 지분 인수를 위해 엔화 자금을 인출한 영향이다. 유로화 예금은 50억 1000만 달러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이 867억 6000만 달러로 한 달 새 55억 달러 줄어들며 감소세를 주도했다. 반면 개인예금은 150억 7000만 달러로 2억 4000만 달러 소폭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867억 5000만 달러)이 39억 9000만 달러, 외국계 은행 지점(150억 8000만 달러)이 12억 7000만 달러 각각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감소는 환율 상승에 따른 단순 차익 실현보다는 기업들의 차입금 상환이나 해외 투자 집행 등 자금 운용 수요가 고환율 상황과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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