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걷혔다…전문가들 "주력산업 한숨 돌려, 외환 안전장치도 마련"

"반도체·車 '최악' 피해…2000억 달러 투자는 부담" 평가
"일본보다 불리" 비판 속…"美 리스크 관리·공급망 다변화"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한미 양국이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14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려가 컸던 반도체, 의약품 등 주력 산업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데다, 2000억 달러 투자금 조달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할 '안전장치'가 마련된 점은 성과로 꼽힌다.

다만 200억 달러에 달하는 연간 투자금 규모가 여전히 부담이며, 향후 '미국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車 최악 피했다"…주력 산업 불확실성 해소

전문가들은 이번 팩트시트 발표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이 자주 변했던 만큼, 요구하는 것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런 우려감을 덜어낸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도 "그동안 구두로 브리핑됐던 내용이 활자화돼 일말의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팩트시트를 보면 미국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의약품 역시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적용하고, 제네릭 등 특정 품목은 관세를 철폐한다.

자동차 및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의약품,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많이 걷힌 점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2000억 달러 투자는 부담…'외환 안전장치'는 긍정적"

다만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20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불안감은 이미 현재 외환시장의 환율에 묻어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팩트시트에는 투자금 조달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명문화됐다.

장상식 원장은 "외환시장이 어려울 경우 연간 200억 달러의 규모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조달 방법도 '시장에서 미화를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며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등 조달 방안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점은 진전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식 교수는 해당 조항이 "미국이 (원화 약세를 우려해) 달러·원 환율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조성대 실장은 "투자에 대해서는 향후 발표될 양해각서(MOU)가 나와봐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며 "MOU가 나와야 국내 법적 이행 절차가 시작되고 자동차 관세 환급 시점도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5.11.5/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일본보다 불리한 협상" 지적도…'미국 리스크' 관리 과제

다만 일각에서는 협상 결과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일본보다 두 달 늦게 합의했지만, 더 나은 조건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는 무관세에서 15%가 됐고, 일본은 2.5%에서 15%가 돼 우리가 2.5%포인트 손해를 본 것"이라며 "연 200억 달러(약 28조 원)는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의 8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미국 리스크'를 관리하는 미래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황 교수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 리스크'도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미국, 중국이 모두 빠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두르고 한미일 경제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상식 원장 역시 "이번 합의로 미국과의 경제 결합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핵심 광물 등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디리스킹'(위험제거)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