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주, 국민술 아성 무너졌다…맥주가 세수 1위 탈환

5년 만에 맥주 주세, 소주 추월…"쓴맛 인기 시들"
주세 총액 3년 만에 역성장…팬데믹 수준으로 회귀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직원이 소주와 맥주를 정리하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5년 만에 처음으로 맥주 주세가 소주를 앞지르며 '국민술'로 불리던 소주의 아성이 무너졌다. 이는 52년 만의 주세법 개정 이후 맥주 과세 방식이 바뀐 데다, 희석식 소주 수요가 크게 줄면서 발생한 일이다.

30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주종별 주세 징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희석식 소주 주세는 1조 1094억 원으로 전년(1조 3496억 원)보다 1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맥주 주세는 1조 2385억 원 걷혀, 약 1200억 원의 격차를 내며 처음으로 소주를 넘어섰다.

맥주 주세가 희석식 소주를 다시 앞지른 것은 2020년 1월 시행된 주세법 개정 이후 처음이다.

당시 개정안은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 체계를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 기준)로 전환해 국산과 수입 맥주 간 세 부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목적을 뒀다.

기존 종가세에서는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에 원가·판매비·이윤까지 포함됐지만, 수입 맥주에는 신고가격과 관세만 적용돼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1월 법을 개정해 52년 만에 종량세를 부활시켰다.

국가데이터처 e-나라지표에 따르면 종가세가 적용될 당시인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맥주 주세가 희석식 소주보다 적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종량세 부활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실제로 개정안 시행 첫해인 2020년 맥주 주세(1조 1109억 원)는 전년보다 1300억 원 넘게 줄었다. 이후 2023년까지 주세를 견인하는 1등 공신은 소주로 바뀌었고, 줄곧 희석식 소주 주세가 맥주에 비해 연간 1000억 원 안팎으로 더 걷혔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주종별 주세 징수 현황(박성훈 의원실 제공)
5년 만에 맥주 주세 소주 추월…원인은 소비 급감

다만 지난해 맥주 주세가 희석식 소주를 5년 만에 앞선 까닭은 맥주 소비 증가가 아닌 희석식 소주 주세의 낙폭이 더 컸던 결과다.

지난해 희석식 소주 주세는 1조 1094억 원으로 전년보다 2402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맥주 주세는 2023년 1조 2622억 원에서 2024년 1조 2385억 원으로 약 237억 원 감소했다.

전체 주세의 92%를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맥주 주세가 동반 하락하며 총액 역시 3년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주세 수입은 2조 5495억 원으로 전년(2조 8233억 원)보다 약 3000억 원 줄었다. 코로나19 시기(2020년 2조 5164억 원, 2021년 2조 4629억 원)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한편, 지난해 탁주·약주·청주·과실주·위스키·증류식 소주 등 대부분 주종의 주세가 감소한 가운데, 하이볼 열풍에 힘입은 리큐르 주세만 전년 대비 102억 원 늘었다. 일반 증류주 주세도 51억 원가량 증가하며 2배 이상 확대됐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