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화폐발행잔액 10조 급증…"관세·경기 불안에 현금 선호↑"
화폐잔액 3배·요구불예금도 10조↑…명절효과 넘어선 '현금 선호'
"관세·경기침체 등 장기 불확실성 속 단기 자금 몰림 뚜렷"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지난달 화폐발행잔액이 전년 동월보다 1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협상 지연과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기업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화폐발행잔액은 209조 867억 원으로, 전년 동월(198조 623억 원)보다 약 10조 원 증가했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된 돈을 제외하고 남은 은행권과 주화 등의 금액을 가리킨다.
화폐발행잔액 증가는 보통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 강화로 해석된다.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 등으로 돌아오면 한은의 화폐 발행액이 줄지만, 현금이 시장에 머무를수록 잔액은 늘어난다.
특히 지난달에는 5만 원권을 예치·소비하기보다 예비용으로 보유한 국민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기준 5만 원권 잔액은 187조 3656억원으로 전체의 90%를 웃돌았다.
지난달 5만 원권 발행액은 5조 8286억, 한은이 환수한 금액은 6711억원으로 나타났다. 환수율은 약 13% 수준으로, 시중에 풀린 10장 중 1장만 한은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평균적인 수준이었던 40∼60%를 크게 밑돈다.
통상 추석 명절에는 용돈 지급 수요 등으로 5만 원권 발행과 화폐발행잔액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지난해 추석이 있던 9월에도 잔액이 3조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증가 폭은 이례적으로 크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자금 운용이 장기보다 단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가 불확실하고 통상(관세) 협상도 아직 타결되지 않아 경제의 미래가 불안한 상황으로, 이에 따라 단기 자금시장에 돈이 몰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현금 보유 역시 단기 유동성 확보의 한 형태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기가 없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인 요구불예금도 함께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요구불예금은 약 390조 6359억 원으로, 전월(380조 8013억) 대비 약 10조가 늘었다.
그는 "은행 예금도 결국 현금성 자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예금 증가와 현금 보유 증가는 같은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금을 집에 두는 건 실제로 어렵고 비효율적이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심리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폐발행잔액이 증가하고, 5만원 권 회수율이 떨어진 데 대해서는 "경기 불안, 징세와 낮은 이자율 등에 대한 우려, 탈세의 목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기간 화폐 발행액은 7조 977억 원으로, 지난 8월(2조 1358억 원)보다 3.3배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4조 1788억 원)과 비교해도 약 7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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