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관세협상 총력전…'분산투자·원화스와프' 대안 거론
4인 고위 협상단 일제히 워싱턴DC 行…APEC 맞춰 협상 타결 의지
3500억달러 직접투자 교착국면 해소 절충안 부상…OMB서 담판 촉각
- 이정현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이강 기자 =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이 시작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통상수장 4명이 일제히 미국으로 향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對)미 투자패키지 운영 방식 등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졌던 후속 협의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들 경제·통상수장들이 동시에 워싱턴D.C로 향한 가운데, '원화 기반 통화스와프 체결'과 '분산투자' 방식 등이 관세 협상을 매듭지을 절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향했다. G20 무역투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비르하로 먼저 출국했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미국 일정에 합류했다. 여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전날 먼저 워싱턴으로 간 구 부총리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협상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김 장관과 함께 러트닉 상무장관과 직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의 관세정책을 주도하는 키(Key)맨으로 불린다. 특히 미 행정부의 대외 투자유치 부문을 총괄하는 인물로, 한미 양국 간 견해차가 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패키지 운영 방식에 대한 조율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액 직접투자 방식에 대해 난색을 보인 우리 정부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새로운 대안'을 다시 제시한 상황에서, 직접 투자 비율 조정이나 통화스와프에 관련 절충안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앞서 미국에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한 수정안을 보낸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을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맞춰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경주에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협상 서명식을 갖는다는 구상이다.
정부협상단 방미와 맞물려 교착 상태였던 후속 협상도 실마리를 찾는 분위기다. 미국의 3500억 달러 전액 직접 투자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최소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무제한 통화스와프'의 절충안으로 '원화 기반 통화스와프'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원화 계좌를 통해 대미 투자액을 집행하면 외화 유출 없이 실질적인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최근 아르헨티나와 체결한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와 유사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체결하지만, 이번 방안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닌, 미국 재무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미국 측이 원화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미 투자액 규모가 3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논의에 진전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 재무부와 우리 사이의 통화스와프는 유제한이든, 무제한이든 진전이 없다"며 "그 문제에 큰 의미를 두거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금 투자를 수년에 걸쳐 분산해 집행하거나,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금액을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에 연간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중·장기 분산투자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직접 투자' 요구를 수용하되, 한국의 외환보유고와 수출 중심 경제를 고려해 10년에 걸쳐 매년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안이다.
다만 정부는 이런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과 (협상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며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용범 정책실장 역시 출국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미 측의 협상 타결 시사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동행한 김정관 산업장관도 "외환시장 관련 여러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 부분 오해라면 오해, 이해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고 전했다.
4인의 고위 협상단은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 실무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장관은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한국 시간으로 17일 새벽 OMB를 찾아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에서 머물고 있는 구윤철 부총리도 OMB 논의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OMB는 미국 대통령실 소속기관으로, 대통령의 예산 관리와 행정부 정책 집행을 감독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정책 실현을 재정적으로 보좌하는 기관이다.
이들의 OMB 방문은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한 한미 관세 합의문의 행정 문구를 조율하고, 절차적 사항을 점검하는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 부총리는 15일 워싱턴DC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에게 "(관세협상 관련) 아주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이날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견은 해소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향후 열흘 안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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